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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제주문화예술재단·제주문예회관, 변화의 주역 기대

  •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 기자
  • 송고시간 2017-09-1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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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 이제는 기획력으로 승부할 때
도민들과의 대중화에 앞장선 제주도립무용단 공연작품 신데렐라. (사진제공=제주도립무용단)

제주도의 문화 역량은 어디까지 가야 하나? 외지에서 이주한 무용가로서 한번 정도 생각해보는 문제다. 제주의 인디문화는 상당히 발전하고 있다. 인디, 즉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예술가들은 점점 제주도로 많이 이주한다. 그 이유는 예술가가 원하는 삶의 스타일이 제주와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주로 이주한 독립예술가들은 서서히 제주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막상 제주도의 문화행정은 도민들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한다. 이는 예술이 가진 ‘유연성의 문제’가 행정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도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제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행정과 문화가 팽팽하게 맞서기도 했지만, 문화 지향적으로 변화되는 시민의 취향을 따르지 않으면 행정의 존재가치가 없다는 다수의 생각이 문화를 변화시켰다. 덕분에 서울은 상당히 문화지향적인 도시로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여러 사람의 바램으로 이루어지지만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사람은 열정과 추진력을 가진 한 두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역사는 늘 그렇게 발전되어 왔다.

제주도에서도 강력한 문화행정가들이 서서히 나서고 있다. 제주문화재단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고, 제주문예회관도 이번에 원장을 공채로 선출하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변화를 실질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이제 개인의 능력에 달려있다.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의지와 열정을 가진 한 두 사람에 의해 제주의 문화는 새로운 곳으로 갈 것이다. 그 한 두 사람은 수많은 난관과 직면하겠지만,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려는 의지가 있다면 제주문화의 발전은 눈  앞에 있다.


역사가 ‘발전’이라는 바퀴를 장착하게 되면 가속도가 붙게 된다. 서울의 문화정책은 이제 세계적인 도시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고 있다. 경제력의 발전 속도만큼 문화도 세계 12위의 위상을 가지려면 기어를 열심히 밟아야 한다. 경제력은 이제 문화력의 융성에 투자를 서슴없이 해야 한다.

제주도의 문화성장을 주도하는 제주문예회관은 도의 예술적 발전을 위해 대관위주의 안일한 극장운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이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극장들은 기획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할지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다. 명성이 있는 극장들은 거의 극장의 기획공연들로 채워진 후에 남는 자투리 날짜에 대관을 한다. 대관 위주의 극장운영에서 벗어나서 시·도민들의 문화적 취향을 끌어 올리는 기획력에 의해 극장은 관객으로 인산인해가 된다. 이제 대한민국도 문화에 돈을 쓸 정도의 품위를 가진 나라이다.

그러나 제주도는 아직도 예술은 공짜라는 전근대적 사고 속에 있다. 이는 기획력의 부재에서 비롯된 관심의 미비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는 돈을 쓴다. 그래서 해외여행도 많이 가고 오페라나 뮤지컬 공연 티켓 값이 엄청나게 비싸다. 가치 있는 것에는 돈을 쓴다는 것이다. 가치는 도대체 누가 만드는 것인가? 오늘날의 대중문화는 이미지로 승부를 건다. 결코 작품의 질이 좋아서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린다.

안보면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인간의 속성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궁금하게 만들기 전법이다.

기획력은 인간을 호기심 속으로 유도한다. 그래서 기꺼이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서 궁금한 것을 해결한다. 비록, 그 작품이 좋던 아니던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게으른 인간의 몸을 움직이게 하고 공연장에 찾아가서 궁금증을 해소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기획의 힘이다. 기획한 것이 관객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안들 수도 있다. 그러다 또 다른 궁금한 기획이 있게 되면 속을 줄 알면서 또 가게 된다. 기획의 중요함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제주문예회관도 이런 뛰어난 기획자 한 분만 있다면 아마 확연히 다른 회관으로 변화될 것이다. 기획력만 있으면 관객들이 홍보하지 않아도 찾아온다. 비록 지금은 관객을 찾으러 다니며 구걸하는 형국이지만 조만간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된 문예회관이 될 것을 기대해본다.

과연 새로 취임한 원장이 이 일을 해 낼 수 있을지, 제주도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손인영 제주도립무용단 상임안무자. (사진제공=제주도립무용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