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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청비·왕세자 실종사건, 제주도 대표작은 누구?

  •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 기자
  • 송고시간 2017-11-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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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예회관·제주아트센터, 지역 공연 전문기관 맹주 두고 자존심 대결
공연의 퀄리티로 콤플렉스 공연장을 꿈꾸는 현행복 문예진흥원 원장.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연인을 지킨다는 게 어쩌면 사랑의 목적이고 완성일지 모른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작품을 통해서만 가능할 사랑의 정의에 동의하는가. 이미 마음 놓고 즐길 준비가 되었다면 11월 여행은 제주도 공연장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가을의 중심 11월, 닮은 듯 다른 두 개의 공연이 지역에서 화제다. 무용 ‘자청비’와 뮤지컬 ‘왕세자의 실종사건’이 주인공.


관광객과 도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두 개의 작품. 원천적 두 개의 공연이 유, 무료 공연이라는 점은 배제하고 과연 어떤 대목에 눈길을 두고 감상해야 좋을지 포인트를 짚어 보자. 

제주도립무용단(원장 현행복) 상설공연 작품 ‘자청비’는 지난 10월 두 번의 공연을 끝낸 후 지역 언론에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을 얻었다. 다시 11월 17일 세 번째 무대에 오르며 두 번의 평가를 남겨 놓고 있다. 반면 제주아트센터(소장 좌무경)의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은 오는 22일 제주아트센터 공연을 앞두고 있다.
 
22일 제주아트센터 무데 위에 오를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포스터. (자료제공=제주아트센터)

우선 소재의 선택과 스토리 전개를 놓고 보면 닮았다. ‘자청비’는 오곡의 한 종류인 메밀을 선택했고 ‘왕세자 실종사건’은 살구를 선택했다. 제주 세경본풀이에 바탕을 둔 자청비가 도민들에게 다소 친숙해 보인다. 


두 번째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녹여 낸 스토리 전개에 갈등구조를 가미한 두 개의 작품에서 우열을 가늠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옥황의 아들과 사랑을 거는 인간의 이야기가 궁중배경보다는 의상, 무대 연출에서 박빙의 우위를 예상한다.

또 회임을 매개로 한 사랑의 밀당보다 사랑하는 옥황의 아들을 되살리기 위해 스팩터클하게 천상을 오가는 자청비에 눈길이 간다.

살구처럼 시린 개인의 사랑보다는 다수의 풍농을 전제한 스케일에 점수를 주게 된다. 
 
제주도립무용단 상설공연 자청비의 한 장면. (자료제공=제주도립무용단)

반면 처음 무대 위에 오른 ‘자청비’에 반해 ‘왕세자 실종사건’은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 베스트 창작뮤지컬상과 연출상 등 6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팅 작품이라는 점에서 압도적이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우수공연 공모선정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2005년 첫 선을 보이고 2009년 창작뮤지컬로 재탄생한 배경은 물론 2011년 제5회 ‘더 뮤지컬 어워즈’ 소극장 창작 뮤지컬 상과 연출상을 동시에 받으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확연한 우위를 보인다.

뮤지컬과 무용이라는 플랫폼의 한정성에서 뮤지컬이 유리한 건 사실이나 러닝 타임에서 판가름 나는 연출력도 눈 여겨 봐야 한다.

극적 긴장감을 템포로 승부하는 음악적 측면에서 재즈, 클래식,전통음악 등을 얼마나 동원했고 잘 활용했나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미니멀리즘을 감각적으로 동원한 ‘왕세자 실종사건’을 보며 자청비랑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제주도립무용단 상설공연 자청비의 한 장면. (자료제공=제주도립무용단)

인터미션 없이 전개되는 두 개의 작품에서 자청비의 70분 간격과 왕세자 실종사건의 100분은 공감적 측면에서 분명 다르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건 관객의 즐거움 중 극치이다. 

사실 공연에도 웰메이드가 있다. 관광으로 수입적 측면을 가늠하는 제주도정의 입장에서 문화정책에 눈길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웰메이드 관광을 지향하는 제주도정에게 합격점을 얻기 위해서는 관객의 평이 절대적이다. 그러기 위해서 작품성과 대중성은 기본이고 박진감 넘치는 출연자들의 연기 앙상블이 관건이다. 관중들은  ‘하늘의 섭리’를 어긴 두 개의 작품 중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