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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예술의 섬 제주, '음미'· '즐거움'부터 다시 시작

  •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 기자
  • 송고시간 2017-11-14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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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삭는 '생각'의 저축, 풍부해지고 더 넓어지는 제주섬 가능
손인영 제주도립무용단 상임 안무자. (사진제공=손인영 안무자)


무엇을 오래 본다는 것은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보기만 한다면 1초면 끝나지만 음미하면서 본다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각 또는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생각은 너무 넓고 광활해 하루 종일 그 무엇을 생각으로 볼 수도 있다. 눈으로 보지 않고 생각으로 음미하면서 보려면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

지루하다면, 어떤 것을 하루 종일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넓고 광활한 생각이라는 것이 너무 작은 사람들이 많다. 말하자면 생각이 별로 없으니 음미하는 것을 잘 모른다. 그래서 모든 것이 지루하다. 그들에게 쇼스타코비치를 틀면 시끄럽다고 꺼버린다. 왜냐면 그들의 생각으로는 시끄럽기 때문이다.
 
시끄럽다고 음악을 꺼버리는 사람이 추상적인 춤 공연을 보게 되면 깊은 잠에 빠질 것이다. 말을 하지 않고 알 수 없는 이상한 몸짓을 하고 있으니 지루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의 삶이 이렇듯 지루함의 연속이라면 가졌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그나마 돈쓰는 재미라도 있다면 다행이지만 돈을 모으느라고 쓰는 것조차 제대로 해보지 않은 상황이라면 심각하다. 그러나 더 불행한 것은 평생 재산을 모았지만 어느 날 어떤 상황에서 그 재산이 다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그 황당함과 그 속수무책 속에서 폐인이 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렇듯 유형의 재산이란 것은 있다가도 없어지는 허무한 것일 수도 있으나 평생 쌓은 생각은 아무리 없애려도 해도 없어지지가 않는다.

‘생각’이란 것은 저축 해두고 시간이 지나면 곰삭아서 더 풍부해지고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진다. 아무리 모으고 쌓아도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어떻게 보관할까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
 
하루 종일 돈을 물 쓰듯 쓰면서도 삶이 재미가 없을 수도 있을 것이고 또 하루 종일 앉아서 그림 몇 장을 보면서도 그 쏠쏠한 재미에 하루가 금방갈수도 있다. 음미하는 삶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음미’한다는 것은 단순히 무엇을 많이 안다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사전적으로 ‘음미’란 “어떤 사물 또는 개념의 속 내용을 새겨서 느끼거나 생각함” 이라고 하였다. ‘느낀다’는 단어는 바로 감각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며 ‘음미’란 단어에는 시간의 경과를 의미한다. 시간을 보내고 감성을 자극하는 것과 같은 것은 오늘날 초등학생부터 스팩 쌓기에 급급한 우리네 교육의 상황에서는 감히 감각을 키우기 위해 시간을 내서 교육을 해야 한다고 하면 다음에 커서 그런 것은 하면 된다고 한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듯이 생각을 키우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한다. ‘음미’하는 것은 어느 날 돈이 있다고 당장 살 수 있는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에 어릴 때부터 조금씩 키워주어야 할 삶의 중요한 가치이다. 돈의 가치만큼이나 사람이 가진 생각의 가치를 평가해 줄 수 있는 사회라면 예술은 중요한 위치에 올라있을 것이다.

생각의 힘은 바로 문화예술의 힘이다.
 
자격증과 스펙 쌓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 학생들에게 예술교육은 사치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빨리 빨리를 외치며 산업현장에서 일하는데 온 삶을 바친 우리 시대와 오늘날 스펙을 쌓기 위하여 쉴 틈 없이 공부하는 젊은이들과 무엇이 다른가? 
 
춤은 말이 없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또 말이 없기 때문에 더 생각을 해야 하고 감성적으로 보아야하고 느껴야 한다. 창의교육이란 스스로 생각하기 또는 생각 키우기를 해야 하는 교육이다.

예술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창의력이 저절로 생긴다. 무대에서 이상한 의상을 입고 똑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해서 한다고 하자. 관객의 입장에서는 궁금할 수밖에 없다. 궁금증을 유발 시키는 것은 창의적으로 나아가지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그 궁금함으로부터 새로운 생각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음미’할 수 있는 삶을 자녀들에게 심어 줄 수 있다면 내가 음미하며 살지 못한 내면의 행복을 자식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열심히 돈을 벌어서 자식들에게 물려주지만 돈이라는 것은 금방 없어질 수도 있는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삶이 지루하지 않고 의미 있도록 만들어주기 위해서 부모들은 ‘행복’의 진정한 의미와 ‘음미’함의 내면적 깊이를 자식들에 유산으로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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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인영 – 제주도립무용단 상임 안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