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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사는 제주사름, ‘제주 4.3의 기억 전승’ 질문

김성례 교수, ‘무속과 제의로 살펴보는 제주 4.3의 기억 전승’ 강의

  • 2018-01-14 22:36
  •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제주심방은 4.3을 이야기하고 치유한 역할을 해왔다는 김성란 교수. (사진제공=육지사는 제주사름)

“개인적 추모·공적 추모 영역 사이에서 발생하는 딜레마 제기. 유골함, 봉안소 위패 그리고 육신이 없는 넋의 상태로 세워진 가족묘지등은 해결되지 못한 제주 4.3의 현실. 특히 집으로 돌아와 안식해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가족들의 또 다른 윤리적 채무로 인식. 그런 점에서 4.3희생자의 안장(place-making)은 아직 미완성이며 지속적인 질문을 필요로 한다“

지난 13일 육지사는 제주사름(대표 박찬식)은 서울시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종교학자 김성례 교수를 초빙해 월례강연을 진행했다.

김성례 교수는 제주 4.3의 기억과 전승이 제사, 굿, 장례와 매장 등 일련의 제의적 매개양식을 통해 어떻게 전개되어 오고 있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종교학자다.

그녀는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에서 죽은 자와 시신에 대한 문화적 믿음과 도덕적 관념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어있으며 또한 서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예를 들어 제주 4.3희생자 영령을 저승으로 천도하는 시왕맞이굿, 조상제사와 같은 개인적인 제의 그리고 제주공항 유해 발굴 프로젝트에서 발굴된 시신의 장례와 재매장, 봉안관 안치 등의 경우로 설명했다.

제주에 무속이 타지방과 달리 유난히 강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면에는 4.3의 수많은 원혼들과도 무관치 않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1988년 공식적인 위령제 활동 이전 사십년간 제주의 심방은 4.3을 이야기하고 치유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한다.
 
강연에서 사적, 공적 제의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는 김성례 교수. (사진제공=육지사는 제주사름)


이렇게 비밀리에 개별적으로 집에서 행해진 4.3의 희생자 위령을 위한 제의는 오늘날 공식적인 위령제의 초석이 되었다.

원래 애기가 죽으면 무덤도 만들지 않고 제사도 지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너무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고 위로하기 위해 상징적인 헛묘를 만들고 제사를 지내는 것 또한 가족사적인 4.3의 치유과정의 일환이라고 봤다.

제사를 통해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영혼들을 위로하고, 기억을 전승해 왔다고 했다.

또 제주공항 발굴 4.3희생자들의 엉클어진 뼛조각들이 유전자 감식을 통해 이름과 가족, 마을을 확인하는 것은 억울한 원혼에서 위폐를 갖추고, 생몰연대를 새겨 비석을 갖추는 행위는 비로소 영혼이 온전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교수는 4.3의 원혼으로 불리던 죽음들이 공식적인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과정을 통해 ‘희생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지금은 4.3의 영령으로 공적 추모 대상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렇게 공적인 지위를 갖게 되면서 가족사적인 개인적 추모와 집단학살에 따른 공적 추모영역 사이에서 또 다른 딜레마도 생겨나게 되었다.
 
'임시매장'의 형태는 제주 4.3의 미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사진제공=육지사는 제주사름)


4.3유족인 김석보씨의 경우 희생된 어린 세 형제의 ‘애기무덤’을 2007년에 만든 가족묘에 화장하여 유해를 안장하려고 했다. 그러나 북촌학살의 ‘증거’로 ‘역사에 남기기’ 위해 ‘임시매장’의 형태로 북촌 너븐숭이 4.3기념관에 아직도 남아있다.

김석보씨는 외부인이 방문할 때 마다 ‘저기 내 어린 형제와 누이가 아직도 있다’며 60여년 넘게 안장되지 못한 동생들을 안쓰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2011년 2차 제주공항 유해발굴로 확인된 부친의 유해 또한 4.3평화공원 봉안관에 안치된 유골함, 다른 희생자들의 것과 함께 위패 봉안소에 올려진 위패, 그리고 가족묘지에 육신이 없는 넋의 상태로 세워진 묘지로 흩어져 있다.

한편으로는 4.3의 희생자로 인정된 것을 반기면서도 아직도 집으로 돌아와 안식하지 해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족들은 또 다른 윤리적 채무를 안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4.3희생자의 안장(place-making)은 아직 미완성이며 지속적인 질문을 필요로 한다며 끝을 맺었다.

김성례 교수(서강대학교 종교학과)는 미국 미시간대학교 인류학과 박사과정에서 제주 굿을 연구하면서 1984년 제주도에 처음으로 왔을 당시 4.3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굿에서 4.3사건 때 죽은 희생자와 영혼들이 심방을 통해 창에 찔리고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영혼의 ‘영게울림’ (Lamentations of the dead )을 통해 4.3사건이 얼마나 폭력적인 사건이었는지 알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 이후 4.3과 제주의 무속과 제례, 여성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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