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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드] 천년고찰 범어사 조사 영정 수십점 도난 사건 [영상]

수개월 전 제보받고 추적 취재해와

  • 2018-07-09 17:00
  • 아시아뉴스통신=임창섭 기자


 
범어문중 최고승 능가스님, 무슨 면목으로 절 밥 먹나 '정권차원 수사로' 고발장 접수

80년대 범어사 공양주 증언 '매일 새벽 공양드릴 때 본 영정 조잡하지 않아'


범어사 박물관측, 개관 때부터 보관 '도난 사실 없어'

경남 밀양 한 사찰 박물관 '의상 원효 등 국보급 영정 36점 발견'

의상 등 영정 수십점 전해 내려온 사찰은 범어사가 '유일'

역사적 유물 불구 홍보 전혀 안 해 '아무도 모르는 영정 어디서 났을까' 의혹


[앵커 임창섭 보도국장]
현존하는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의 영정은 일본 고산사에서 보관중인 것이 지금까지 발견된 유일본입니다.

그런데 천년고찰 부산 범어사에서 이 두 대사의 영정을 비롯해 수십여점이 감쪽같이 도난당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범어사측은 그러나 사실이 아니라며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확인결과 고소인은 범어사 최고 원로회의 의장인 능가스님의 대리인이었습니다.

사실 저희 이슈인사이드는 제보를 접하고 이 영정들의 역사적 가치를 감안해 수개월 전부터 취재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능가스님을 만나 충격적인 증언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능가스님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취재팀이 모처에서 발견한 영정 사진을 내밀자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조사들께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겠으니 영정들을 꼭 찾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눈물의 호소였습니다.

이슈인사이드가 능가스님이 지적한 영정 수십여점에 대한 추적을 시작합니다.

[Rep]
범어사 원로회의 의장인 능가스님이 법정 대리인을 통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입니다.

피고발인은 현재 범어사 주지인 경선스님과 경남 밀양의 한 사찰 주지로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 중 '절도와 은닉'이었습니다.

대리인은 취재진을 만나 2013년 11월경 부산 모 사찰 승려 정송남(벽해)이 자신을 찾아와 피고발인들이 36점의 조사 영정을 빼돌려 밀양의 한 사찰에 은닉하고 있다고 폭로해와 범행 전모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리인은 밀양 사찰에는 36점의 조사 영정 외에도 33종 52권의 국보급 고불서가 함께 은닉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범어사 원로회의 의장인 능가스님이 법정 대리인을 통해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아시아뉴스tv


현 범어사 성보박물관측은 그러나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현재 범어사 성보박물관에서 보관중인 영정은 개관 때부터 보관하고 있었으며, 절도 당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을 펴면서도 영정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INT OOO 성보박물관 관계자]
"(현재 보관중인 영정이 몇 개나 있나요?) 글쎄요. 한 50~60점 있는 것 같은데요. 아니 그것도 안 될 것 같은데? 안 될 것 같네요. 한 40점? 처음부터 그 정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박물관 개관한 이래로."

국보급 영정이 사라진 것이 사실일까.

사실 저희 이슈인사이드는 제보를 접수하고 수개월 전부터 사실 확인을 하기 위해 추적취재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먼저 확인해 나선 것은 은닉돼 있다는 사찰을 찾아가 전시돼 있는 영정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물어물어 찾아간 사찰은 한적한 시골에서 만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습니다.

박물관은 마치 중국의 한 고대 건물을 보는 듯 웅장했습니다.

단청은 화려하기 그지없었고 층층마다 귀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조사 영정은 가장 대표적인 공간인 1층에 전시돼 있었습니다.

절도품이라면 과연 이렇게 대놓고 전시를 할 수 있을까 제보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진품들이 맞는다면 이곳은 국내는 물론 해외 불자들에게 불교 성지로 추앙을 받아야 할 순례코스로 승화돼야 할 만큼 엄청난 유물들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박물관을 소개하는 게시판에 큰 스님이 40여년간 세계 각국을 다니며 수집한 것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나 문화재급 영정들은 거래 자체가 불법이고, 국내 사찰 가운데 이같이 대규모의 영정을 보유하고 있는 사찰은 범어사가 유일해 과연 이 영정들을 어디서 수집을 했는지 의문시 되고 있습니다.
 


범어사 의상대사 영정(사진 좌)과 모 사찰 의상대사 영정./아시아뉴스tv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신라시대부터 한국 불교 명맥을 이어온 역사적 배경을 지닌 스님들의 조사 영정들에 대해 전혀 홍보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진품이라면 아직 국내에서 전혀 발견되지 않은 대단한 불교 성물임과 동시에 바로 국보로 지정해 보호하고 역사적 가치를 따져봐야 할 유품인데도 가장 기초적인 홍보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 사찰의 홈페이지입니다.

소개하는 페이지에 한줄 1층 국사전에 스승들 영정 36분이 모셔져 있다는 문구가 보입니다.

그러나 이 한줄 외에 홈페이지 그 어느 곳에서도 영정 관련 사진은 물론 언급조차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한국 대표 포털에서 일반적인 검색을 해봐도 밀양 사찰 전시와 관련한 어떠한 문구도 뜨지 않았습니다.

[INT 사찰박물관 관계자]
"(준공이 된 건) 2004년이고 대각사에 보관하고 있다가 그걸 여기 다 옮겨왔습니다."

우선 박물관 관계자의 양해를 얻어 영정을 촬영하고 범어사 홈페이지에 떠 있는 영정 사진을 프린트해 알법한 스님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사실이라면 국내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국보급 문화재를 발굴해내는 역사적 가치에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조사전 등에 걸려 있는 영정을 볼 수 있었던 여러 스님들을 수소문해 현재 범어사가 보관중인 영정과 경남 모 사찰에서 발견한 영정 중 어느 것이 진본인지 물어봤습니다.

대부분의 스님들은 말을 아껴 확인을 거부하거나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피치 못할 입장들을 피력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1980년대 초 수년 동안 범어사의 공양간을 지켜오면서 스님들과 부처님께 공양을 했다는 스님 한분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부산의 한 작은 사찰에서 만난 그 스님은 어렵사리 밀양 사찰에서 찍어온 영정 사진을 내밀자 "이게 진짜다"라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스님은 홈페이지에 떠 있는 영정을 보여주자 "수십년간 조사 영정을 접한 출가자로서 이건 누가 봐도 조잡한데" 스님은 말끝을 흐렸습니다.

수십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스님은 매일 새벽 모든 불전을 돌며 부처님과 영정들 앞에 공양을 올린 사람이 어떻게 조사들의 영정을 구분 못하겠느냐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저희 이슈인사이드는 좀 더 큰 확신을 얻기 위해 이 사건의 고발인이자 범어사 역사의 산증인인 능가스님을 꼭 만나야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출가해 60년 이상을 범어사에서만 수행을 해 온 노스님으로부터 보도를 내보내기 전 반드시 확인을 해야 했습니다.

사방 연결 끝에 늦봄 잔잔한 빗속에 무작정 찾아간 곳은 범어사 내원암이었습니다.

스님은 90대 중반의 나이에도 정정한 모습으로 그곳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INT 능가스님]
"가슴 아픈 일이야. (울음) 불교혼을 다 팔아먹고. 이걸 부처님 제자라고 말이야. 의상스님 (영정을) 다 팔아먹고 말이야."

"영정 일부를 도둑맞았으니 이건 불교 문제가 아니요. 조사 영정이 모두 도둑맞았어."

"무슨 면목으로 불제자라고 절에서 밥 먹고 살 수가 있어요. 민족혼이고 불교혼을 다 잃어버리고. 그거 찾아오려고 생각도 안 하고. 그게 무슨 불제자라 말이요. 이거 정권이 나서서 해야 됩니다. 이건 종교의 문제가 아니요. 승려 문제가 아니고 범어사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민족혼이야."

조계종의 현존하는 최고 어른이자 범어문중의 문장, 즉 최고위 승려인 스님의 호소에는 깊은 한이 서려 있었습니다.

"조사들을 볼 면목이 없다"는 떨리는 흐느낌 속에서도 능가스님의 의지는 확고했습니다.

분명히 누군가 조사 영정 수십점을 훔쳐가 감춰놓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계셨습니다.

저희 이슈인사이드는 모 사찰에서 전시하고 있는 영정이 한국 불교에 있어 가장 큰 맥을 세운 원효대사와 의상대사 것이 맞는다면 이는 경천동지할 한국 불교 최대의 스캔들로 기록될 상황임을 감안해 그동안의 추적 과정들을 계속해서 후속 보도해 드리고자 합니다.

현 성보박물관이 보관중인 영정이 가짜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능가스님과 이를 확인하는 증언을 한 한 스님의 영상 인터뷰도 단독 보도해 드리면서 본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발생했던 부산 경찰의 석연치 않은 수사행태도 함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슈인사이드입니다.

공동취재 이홍주 기자
영상촬영편집 정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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