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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문화공원 ‘김호석 수묵화 보다’, 통교의 미학 제시

  •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 기자
  • 송고시간 2019-03-2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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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낯, 흰 밤의 노래’를 통해 문화예술 섬 방안 제시
오백장군 갤러리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김호석 작가.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내가 보는 것은 남이 못보고, 남이 보는 것은 내가 보지 못한다. 알 수 없다고 해서 없는 것이거나 진실이 아니진 않다” 나는 왜 그림을 그리는가. 읽기가 만만치 않으나 보지 않으면 자기 혁명도 결국 꽃뱀과 같다.
 
수묵화가 김호석은 50여 년의 화업을 통해 딱 네 번의 대형 전시를 열었다고 한다. 199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전 이후 20여 년 동안 고려대학교 박물관 초대전(2015년), 인도국립현대미술관 초대전(2017년), 두 번의 전시가 있었고 이번 제주 돌 문화공원 초대전이 네 번째라고 한다.

 
오백장군갤러리측의 민족 형식 혹은 한국화 부흥에 대한 관심에 김호석 작가의 역사의식이 호응한 것일까 아님 ‘자기 형태’가 뚜렷한 두 인연이 만날 때가 되어서 만난건지 어떻든 봄의 형식에 이보다 적절할까.
 
오백장군 갤러리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김호석 작가.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지난 20일 오전 제주시 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작가 김호석을 만났다.
 
한 시간 이상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네 번의 전시를 교차하는 공통점이 발견됐다. 작가든 공간이든 혹은 기획자의 욕망이든 교집합은 ‘아이덴티티(identity, 긴밀한 유사성)에 대한 갈망’이다.
 

내셔널리즘이든 민족성이든 그것들이 저마다의 아이덴티티가 강한 세 개 공간의 개연성이 되어주었고 작가의 개별성과 통교(通交)하며 사회와 매혹적으로 연결하려 했음을 읽을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제주를 포함)가 이런 매혹적 통교 수단에 답할 준비가 되었는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오백장군 갤러리 전시장 실내사진.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문화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일갈하던 작가의 눈에 제주 사회 혹은 오백장군을 찾는 갤러리들의 눈에 김호석 작품의 총결은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시대정신’의 산물로 해외에서 인정받는 수묵화의 대가를 제주 섬에서 만나는 일, 덕분에 잠시라도 종교적(선), 철학적(얼), 통속적(정치 혹은 세대) 지점에서 접속할 수 있는 일은 행복이다.
 
특히 소멸의 아이콘으로 먹을, 생명의 은유로 물을 차용한 작가의 정신을 수묵을 빌어 접견할 수 있는 찰나의 행복은 가히 상생의 절정이다. 돌 문화공원(오백장군갤러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보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할 수 있다.
 
갤러리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김호석 작가.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이면에 보이지 않는 것은 결국 볼 수 없는 것이다. 시대를 외면하던 작자가 은유와 역설을 즐기지 않던 자가 어느 날 작품 몇 점으로 해안이 열릴 것인가?
 
그럼에도 시대정신을 머금은 투명한 먹빛을 흠모하려 시도하고 여백의 세계에 도민들을 초대하려는 주인장의 선한 노력은 문화예술 섬 제주의 품격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보니 아직도 폭력은 세상에 낭자하고 ‘똥꽃’을 탐해보니 여전히 황무지와 동물의 배변은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더라. 순환이야 하겠지만 ‘텅 비어 있는 나’, ‘내게 가장 낯선(내가 아닌) 나’는 또 어디 가서 위로할까.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50여 점의 신작을 쏟아내고 작가의 혁명을 발산한 작가는 또 얼마나 허전했을까.
 
김호석 수묵화 보다전이 열리는 오백장군갤러리.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화가는 왜 그림을 그리는가’, 학업(공부)의 이유가 시장에 나가 민중의 아픔을 위해 기여하는 일이라던 작가의 정신이 화업(畵業)과 은유되니 벽에 걸린 작품보다 아름답다.
 
짧은 시간 전시장에 내어 걸린 작가의 허전함, 떨림과 부끄러움을 대면하며 긴밀한 유사성 혹은 소중한 인연에 새삼 고마울 따름이다.
 
전시는 다음달 21일까지 이어진다. 오백장군 갤러리에 들러, 이 봄 제주에서 우리도 혁명을 해야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