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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거꾸로 가는 말 위에 올라 탄 전주 특례시

  • [전북=아시아뉴스통신] 유병철 기자
  • 송고시간 2019-03-2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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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 부지 개발을 대하는 전주시의 모습을 보며
 (사진출처=네이버 캡쳐)

남원북철[南轅北轍]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남쪽으로 가려는 사람이 수레를 북쪽으로 몬다는 말이다. 특례시를 간절히 원하는 전주시의 행보를 보며 떠오른 말이다. 

최근 전주 특례시 관련 뉴스를 보면 그 동안 광역시가 없어 호남권 내에서도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에 치여 홀대 받았던 전북이 드디어 제 몫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전북도민으로서 마땅히 한 뜻으로 응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겸손한 자세로 1%의 가능성을 제시했으나 여야를 떠나 서로 돕고 있는 지금의 전북과 청주 정치권의 분위기를 보면 족히 10%의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사실 그 동안 말만 같은 호남이지 각종 중요한 지역 현안을 둘러싸고 전북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사업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추가 비용만 1조원이 넘는 호남선 KTX 무안공항 경유는 쉽게 예타면제가 되면서 새만금국제공항 예타면제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으며 타지역 사업에 얹혀 겨우 통과되었다. 그나마 다른 지역과 다르게 올해 예산에는 반영되지도 않았다.


광주, 전남의 한전공대는 설립되고 전북 혁신도시의 연기금전문대학원은 좌초되었다. 광주형 일자리는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지 하에 타결되고, 한국GM과 현대조선소 폐쇄로 파탄 난 군산을 위한 군산형 일자리는 시작도 못했다. 호남 내 전북소외를 알지 못하는 타 지역은 중앙정부가 전라도만 챙긴다며 아우성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같은 호남권 내에서 전북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오죽하면 전라도가 아닌 광나도(광주와 나주)와 전산도(전주와 익산, 군산)로 분리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겠는가?

그러나 남을 탓할 것도 아니다.

사실 그 동안 전북의 맏형 격인 전주시의 정책을 보면 전북의 위축을 자초한 면도 있다. 전통보존과 관광사업 육성이라는 이름 아래 발전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스스로 걷어찬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는 구시가지 정체성 보존과 신시가지 개발을 마치 양립할 수 없는 개념으로 몰고 간 책임이 크다.

결과적으로 전주시는 광역교통망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즐길만한 제대로 된 대형 쇼핑몰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전주 젊은이들이 정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일자리가 부족하여 인구유출을 막지 못했다. 기껏해야 익산, 군산과 같은 전북 내 다른 도시의 젊은 인구가 전주를 마지막 보루삼아 유입될 뿐이다. 

지금도 한옥마을과 일부 구도심 재생사업, 팔복동 예술공장 리모델링 사업과 같은 관광사업에 집중하는 것 같은데 솔직히 전주시가 외부관광객을 위한 기관인지 전주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관광객을 직접 상대하는 일부 상인만 혜택을 볼 뿐이지 대다수 전주시민의 소득이나 평상시 삶의 질 개선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 1000만 관광객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대다수 시민들이 비바람과 눈보라에 영향을 받지 않고 더 좋은 가격에 실내에서 쾌적하게 즐길 수 있도록 쇼핑몰을 만드는 것에 왜 그리 부정적인지 이해할 수 없다.

소상공인을 보호한다고 하는데 정작 이들이 전주나 전북의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닌 다국적 기업이나 외지업체의 프랜차이즈라면 이들을 위해 전주시민을 위한 쇼핑몰 건설에 반대하는 것은 지지할 수 없다. 전통시장을 보호한다고 하는데 이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아닌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오히려 경쟁력을 도태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더군다나 태영건설, 광신종합건설, 현대비에스앤씨, 유탑건설, 포스코건설과 같은 외지 업체와는 업무협약까지 체결해 지원하면서 정작 전주에 본사가 있는 업체의 사업을 외면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민간자본의 대한방직 부지 개발 사업을 두고 처음부터 시민공론화 위원회를 제안한 것도 이상하고 그마저 일부 시의원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미루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전주시 관할인 종합경기장 개발에 대해서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은데 이마저 별다른 소식이 없다.

1963년 시민의 성금으로 세워진 전주종합경기장을 추억한다는데 용도를 다 해 별다른 사용없이 방치된 경기장 근처를 지날 때마다 전주의 낙후와 소통의 부재를 떠올린다면 이는 전주발전이라는 시대정신은 사라지고 빈껍데기만 남아 오히려 패배감만을 안겨주는 것 같아 보기가 불편하다.

정당한 전북 몫을 챙기자며 특례시를 주장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정작 주어진 권한과 능력안에서 전주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방치하고 오히려 좋았던 옛 시절만을 회상하며 과거만을 추억하려는 모습이 안타깝다. 마치 거꾸로 가는 말 뒤에 올라 타 앞으로 가자고 채찍질하는 마부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말로는 미래를 말하지만 정작 손, 발이 과거로 가는 일을 하고 있다면 전주의 미래는 없다. 이제라도 전주가 다른 지방소도시와는 격이 다른 광역시급 도시라는 것을 정책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필자 : 전북 전주시민  임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