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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진 카이젠 ‘제주굿’, 베니스비엔날레 통해 제주역사 직유

이산공동체, 제주신화 ... 문화예술 섬 제주 미래자산으로 육성해야

  • 2019-05-09 12:58
  •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제주 4.3의 미래를 다뤘던 아트스페이스씨의 전시 참여 작가 한진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오늘은 바리설화, 제주굿, 제주4.3 등 역사적 축적을 통해 생산된 제주예술 콘텐츠들이 칠백년 이상 외침의 역사로 힘들었던 화산섬 제주를 위무하는 첫 날로 기억해야 한다.

 
오늘 오전 11시 저 멀리 이탈리아 베니스에서는 58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프레스 오프닝이 있었다.
 
오프닝과 작가 제인 진 카이젠에 지역이 주목하는 건 두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는 바리설화, 제주굿, 제주4.3 등 제주에서 축적된 오랜 역사적 이야기들이 콘텐츠로 주목되야 한다는 것이거 두 번째는 제주에서도 9월 화산섬국제사진비엔날레(가칭)가 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리설화, 제주굿, 제주4.3 등이 지역 예술가들을 통해 오랫동안 조명되어 왔지만 특히 올해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의 타이틀이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인 점에 주목하면 특별하다. 동일한 시선으로 축제를 준비하는 제주 사진가들의 관심 역시 클 수밖에 없다.
 
얼마나 멋진가, 전시 제목에 담긴 정신을 생각하면 전시감독 김현진의 힘이 새삼 느껴진다.
 
‘역사를 다시 읽고 쓰는 새로운 동력으로서 젠더다양성을 강조’한다거나 ‘동아시아의 근대화의 지층과 동시대를 비판적 젠더 의식으로 파고드는 리서치 기반 작업들’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제인 진 카이젠의 작품 이별의 공동체, 2019, 필름 스틸.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씨)

2008년 제7회 광주비엔날레 ‘연례보고’의 공동 큐레이터, 네델란드 반아베미술관의 게스트 큐레이터, 아트선재센터 학예연구원을 거쳐 샌프란시스코 KADIST의 아시아 지역 수석 큐레이터를 맡고 있는 기획자의 저력이 확인된다.

특히 ‘식민, 냉전, 근대화와 국가주의를 탈주하는 여성 예술가(남화연) 및 여성 디아스포라의 서사(제인 진 카이젠), 그리고 세대를 넘어 지속되는 퀴어공연의 미학과 정치학(정은영)’은 작품의 가치는 물론 미학적으로도 압권임을 증명하거나 예고하기에 충분하다.

덕분에 참여 작가 3명을 통한 사진의, 사진가의 역할이 도드라져 보이고 또 사진의 탈 장르 혹은 여타 예술과의 콜라보에 사진이라는 미디어가 얼마나 주효한지에 대한 답으로 대한민국 사진가들에게도 고마운 일이다.
 
더군다나 이곳 화산섬은 역사적으로 너무 부조리한 공간이라 빚진 마음에서 하루도 자유롭지 못한 처지를 사진을 오롯이 담아내려는 의도를 계산한다면 생산적이기까지 하다. 베니스까지 날라 가 증명해내는 한국미술(사진)의 힘이 새삼 반갑다.
 
제인 진 카이젠은 무당을 통해 굿과 기도, 시적이면서 이산에 대한 반영 그리고 생생한 이유들을 통해 나아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각 화자는 그녀 자신들 삶의 이야기를 '버려짐'에 대한 여러 목소리로 된 '다시 이야기 하기'와 '구체화하기'로 통합하니 잔존 가능성 혹은 대중들의 공감력이 배가된다.
 
이산 공동체는 버려짐에 의한 죽음, 버려짐을 지속하는 경계 논리들과 마주함으로 인한 죽음, 그리고 경계에서 중재하기 위해 떠맡겨진 정체성이라는 버려지기로 인한 죽음이라는 바리의 세 가지 죽음으로 느슨하게 틀을 만든다.
 
제인 진 카이젠의 작품 이별의 공동체, 2019, 필름 스틸.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씨)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들이 현재를 차지하기 위해 지속되고 있는 것에 반하여 식민이 남긴 유산들, 군사화 된 근대성 그리고 젠더 차별이 국가의 분단과 해결되지 않은 전쟁과 함께 어떻게 한국에서 급진적 파열과 삭제와 타자화에 대한 형태들로 결과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넘어설 것인지를 질문하고 있다.
 
이러니 제주의 뿌리 하나를 찾기 위해 암약하는 전시 기획자로 또 같은 사진가로서의 관심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처음부터 제인 진 카이젠에게 눈길이 갔던 건 현재 베를린과 코펜하겐을 오가며 거주하지만 실은 1980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되었다는, 뿌리처럼 각인되는 어떤 연결고리 때문이었다.
 
작가가 기억, 이주, 젠더 등의 주제로 이미지, 사운드, 목소리, 체현의 비선형 몽타주나 스토리텔링의 기법으로 필름, 영상 설치, 사진, 퍼포먼스 등의 매체를 통해 이야기하는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든다.
 
공감, 동일시, 그 이상의 것 ... 사진의 무엇을 대입해도 자연스럽다. 오늘의 제인 진 카이젠을 생각하면 전시 기획자 안혜경의 발굴 능력과 혜안에 감사할 뿐이다.
 
리버풀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제주 비엔날레 등에 참여한 작가이지만 우리에게는 제68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아트 스펙트럼 2016(리움 삼성미술관, 서울, 2016), 신화와 근대, 비껴서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15–2017) 등으로 기억되는 작가의 행보가 이번 기회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제인 진 카이젠의 작품 이별의 공동체, 2019, 필름 스틸.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씨)

참고로 또 한 명의 참여작가 남화연은 남겨진 아카이브를 통해 대상을 추적하며 사물, 공간, 시간, 사회 시스템 구조의 현상들을 안무적인 움직임으로 포착하고, 인간의 욕망과 관련된 문화적 재생산의 구조들을 드러낸다.
 
퍼포먼스와 비디오를 중심으로 현재라는 시간개념에 질문을 던지고 이를 섬세하게 포착하는 언어적 퍼포머티비티는 남화연의 작업을 추동하는 전제이다.
 
제국주의적 수집의 스토리, 식민주의적 합병과 동식물, 천문학 등 자연과학에 이르는 영역을 넘나들며, 현상에 내재한 움직임을 경유하여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른다.
 
세 번째 참여 작가 정은영은 여성주의적 미술언어 확장을 도모하는 미술실천을 목표로 2008년부터 10여년간 '여성국극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1950년대 식민 직후, 해방공간에서 출현하여 군부 독재시절 점차 사라져간 여성 국극 공연에 출현한 생존 남역 배우들의 무대 안팎을 추적하면서 성별관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전통과 역사의 구성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공연, 비디오,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보였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를 통해 한국 사진이 어디로, 제주 사진가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조금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실마리를 얻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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