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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덕의 남양주愛(1)] 남양주묘적사와 '부처님 오신 날'

  • 2019-05-13 19:48
  • 아시아뉴스통신=오민석 기자
▲ 최현덕/(전)남양주 부시장 ./

도로에서 벗어나 계곡으로 진입해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야 했습니다. 굽어진 모통이를 돌 때마다 더 깊어지는 신록이 어서 오라는 듯 나를 끌어당깁니다. 더 올라가니 제법 큰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내 폐부까지 시원하게 해줍니다. 기대감과 설레임을 안고  도착한 곳, 그곳에 청정 도량인 묘적사(妙寂寺)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절은 신라 때 원효대사가 처음 창건했다고 하나, 자세한 기록은 전해 오지 않습니다. 1970년대 초 실화로 전각이 모두 불타 중건을 거쳐야 했습니다. 대웅전 앞 팔각다층석탑만이 유일하게 경기도 지정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최근에 지은 건축물이라 고졸한 맛은 찾기 힘듭니다. 팔각다층석탑 역시 지금은 7층이지만, 절터에서 다른 층 부재도 발견되고 있어 11층이 아니었을까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 한 때는 절이 왕실의 비밀 군사 양성소로 쓰였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묘적사라는 절 이름이 특이합니다. 문리적으로 풀어 보면, 오묘하고 고요한 공간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들어가보면 훨씬 더 깊은 뜻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적(寂)은 바로 진리 그 자체인 법신불(法身佛)인 비로자나불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대적광전(大寂光殿)이 그 하나의 예죠. 비로자나불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실체가 아니라 하나의 원형이자 개념으로서의 부처입니다. 우주 전체를 총괄하는 부처로 진신불이라고도 합니다. 그 비로자나불이 눈에 보이는 실체로 발현된 게 바로 석가모니불이고 그 부처는 주로 대웅전에 모셔지죠. 그러니까, 묘적사는 한 마디로 불교의 근원과도 같은 곳이란 뜻이니까, 내가 참으로 대단한 곳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이해될 듯 하면서도 복잡한 게 바로 불교의 이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다는 투의 끊임없는 순환 논리가 머리를 아프게 합니다. '이게 뭐꼬?'라는 화두를 부여안은 채 산문 걸어닫고 정진을 거듭해 나가는 스님들의 확고부동함이 참으로 대단해 보입니다. 제일 무덥고 추울 때 작은 공간에 스스로를 유폐하고 면벽한 뒤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 들 수 있다는 것, 참으로 엄청난 용기입니다.

 주지스님을 뵙고 좋은 차 얻어 마시며 귀한 말씀을 듣고 난 뒤 인적이 드문 경내를 둘러봤습니다. 걷고 싶은 대로 걷고 보고 싶은 대로 봤습니다. 수 백년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법당 앞 마당에 마치 호위하듯 서 있었고 법당 옆에는 아름드리 보리수 나무가 울긋불긋한 연등 무리에 감싸여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이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 덕분에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절하며 소원을 빌었을 것입니다. 형형색색의 연등은 바로 그 발원의 증거물일 것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며칠 앞둔 터라 절 안팎에는 수많은 연등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이름이 적힌 연등도 발견했습니다.


 우리 남양주에는 묘적사를 비롯해 전통사찰이 모두 13곳에 이릅니다. 모두 빼어난 풍광과 경치를 자랑합니다.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위안과 휴식을 제공합니다. 템플 스테이가 그 한 예입니다. 절에 이르는 계곡을 장악했던 불법시설물 역시 최근 시청의 노력으로 대부분 철거됐습니다.

 하지만, 묘적사 인근에는 지금도 대형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갈등은 여전합니다. 오랜 역사를 이어온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 우리 모두가 합심해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풍부한 문화유산을 활용해 얼마든지 남양주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위안과 휴식이 필요한 모두에게 묘적사는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최현덕/ (전) 남양주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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