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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충북 산악인 박연수씨 "히말라야를 왜 가냐구요?"

네팔 칼린촉 직지초등학교 설립·바드리칼리초등학교 재건에 주도적 역할
직지봉에 이어 직지신루트 개척 중 만난 '아픔' 잊지못해 마음은 늘 그곳에

  • 2019-06-16 07:01
  • 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 기자
충북산악인 박연수 2019 히말라야 기후변화탐사대장은 해마다 충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직지원정대 공동 주관으로 히말라야 기후변화탐사대를 이끌고 기후변화로 사라져가는 히말라야의 빙하를 탐사하고 어려운 현지학교를 찾아 사랑을 전하고 있다.(사진제공=2019 히말라야 기후변화탐사대)

지난해 12월19일 충북 진천 서전고등학교에서는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이 학교 학생자치회가 네팔의 바드리칼리초등학교에 성금을 전달하기 위해 ‘2019 히말라야 기후변화탐사대’ 박연수 대장(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에게 2000달러를 기탁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이 학교는 2017년에도 1123달러와 함께 학용품 세트를 바드리칼리초등학교에 지원한 바 있다.

진천 서전고는 독립운동가 보재 이상설 선생이 중국 지린성 룽징(龍井)에 세운 ‘서전서숙(瑞甸書塾)'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해 오늘의 시대적 과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미래형 학교다.

이 학교 학생자치회로 하여금 머나먼 네팔의 바드리칼리초등학교에 2년째 성금품을 전달하게끔 '인연의 끈'을 이어준 주인공은 다름 아닌 '직지원정대장'으로 널리 알려진 박연수 충북 산악인이다.

해마다 충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직지원정대 공동 주관으로 히말라야 기후변화탐사대를 이끌고 기후변화로 사라져가는 히말라야의 빙하를 탐사하고 어려운 현지 학교를 찾아 사랑을 전하고 있는 박 대장을 만나 그 동안의 활동 전반에 걸쳐 '깊은 사연'을 들어봤다.  

▶서전고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지난 2017년 서전고 학생자치회가 특별 강연에 초청했다. 그 때 네팔 대지진 이야기를 전하면서 안타까운 상황을 얘기했다. 이후 학생들이 학교축제 때 네팔 학교를 돕기 위한 나눔장터를 열었다. 정성껏 만든 음식과 물품 등을 팔아 성금을 모아 저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게 첫 인연이 됐다.

▶네팔 바드리칼리초등학교와는 어떤 인연이 있는지.
-지난 2015년 네팔 대지진으로 학교가 무너져 ‘천막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딱한 사정을 접한 뒤 히말라야 기후변화탐사대가 지난 2018년에 이어 올해 2년째 학교 건립을 도운 바 있다. 
 
네팔인 보다도 네팔 어린이들을 더 걱정하고 사랑하는 박연수 히말라야 기후변화탐사대장이 네팔 바드리칼리초등학교 신축 부지 위에 서서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빨리 어엿한 학교건물을 세울 수 있을 까 착잡한 얼굴로 고민하고 있다.(사진제공=2019 히말라야 기후변화탐사대)

▶바드리칼리 초등학교에 그동안 전한 '충북인의 정'을 요약하면. 

-우선 2018 기후변화탐사대와 함께 히말라야를 찾았던 지난 2018년 1월23일부터 2월4일까지의 기간 중 네팔을 찾아 바드리칼리초등학교에 처음으로 성금과 학용품을 전달했다. 1962년 문을 연 바드리칼리초등학교는 지난 2015년 네팔 대지진 때 건물 대부분이 무너졌다. 탐사대가 방문했을 당시 불과 5개월 전까지 학생들은 공터에 천막을 치고 공부했다고 전해들었다. 당시엔 마을보건소 건물로 옮겨 수업을 하고 있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생 70여명이 공부하고 있었다.

서전고 학생들이 가을축제 때 나눔장터를 열어 모은 1123달러와 학용품 세트를 바드리칼리 초등학교에 전하고 아울러 기후변화탐사대원들이 준비한 학용품과 현장에서 모은 약 1100달러(119만원)를 전달했다. 이 때 해마다 학교를 찾아 도움을 주기로 했다. 후원자를 찾아 1대1 결연이나 학교 신축 등도 추진할 마음을 먹은 게 당시 1차 방문 때였다.

이후 2차 방문은 2019 히말라야 기후변화탐사대와 함께 이뤄졌다. 2019히말라야 기후변화탐사대는 올해 1월12일 출국해 안나푸르나지역 기후탐사를 마친 뒤 1월22일 바드리칼리 초등학교를 방문해 충청리더스포럼(회장 남기헌)과 서전고 학생·학부모들이 마련한 성금을 전달했다.

서전고 학생들은 자치회를 중심으로 학교 축제 때 바자회를 열어 성금 2000달러를 마련했다. 성금 모금에는 학부모들도 힘을 보태 의미를 더했다.  

충청리더스포럼도 바드리칼리 초등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탐사대에 1752달러(20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충청리더스포럼은 이번 기부를 시작으로 네팔의 어린 학생들을 위해 해마다 기부한다는 계획을 함께 전했다. 지난 2015년 2월 초 창립된 충청리더스포럼은 새로운 청주청원 통합시대를 맞아 지역의 경제인과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됐다.

(주)마루MCS도 500달러를 보탰고 기후변화탐사대원들도 500여달러를 보탰다. 

▶바드리칼리 초등학교 측의 반응과 현재 학교 재건 상황은.

-학교 측은 매우 고마워하고 있다. 올해 2차 방문 때 지난해 성금 지원에 보답하기 위해 학교 측이 감사패를 만들어 진천 서전고, 충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직지원정대에게 전달했는데 이 때 학교 교장인 삽코타 교장이 정말로 감사하다며 눈물까지 글썽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삽코타 교장은 “우리학교에 꿈과 희망을 선물해준 대한민국 충북인들에게 정말로 감사하다”며 “서로의 관계가 지속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네팔 하티거우다 지역의 3선 국회의원인 디벅 니너우라씨를 비롯해 바드리칼리초등학교 자문위원장인 버르딤 덩골씨, 이 학교의 전 교장인 쿠말씨, 마을 발전위원장인 너빈캐시씨 등도 히말라야 기후변화탐사대 방문을 적극 환영했다.

현재 바드리칼리초등학교는 임시로 사용하던 건물을 철거하고 교사를 신축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완공 예정이다. 현재 학생 수는 모두 98명이다.
 
네팔 바드리칼리초등학교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연수 2019 히말라야 기후변화탐사대장(맨 왼쪽). 그는 네팔을 자주 찾는 이유에 대해 "그 이유 중 하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들이 있어서"라고 말한다.(사진제공=2109 히말라야 기후변화탐사대)

▶바드리칼리 초등학교와는 별도로 박 대장은 네팔 현지에 '직지초등학교'를 세우는 데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직지초등학교에 대해 설명하자면.

-지난 2015년 4월25일과 5월10일 발생한 네팔 대지진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희망을 앗아갔다. 가족들의 생활공간인 집, 미래세대인 학생들이 공부하던 학교, 조상의 숨결을 간직한 역사 문화유산 등 모두 무너져 버렸다. 본진 이후 계속되는 여진으로 구호팀마저 되돌아간 네팔은 당시 '썰렁함' 그 자체였다.

더군다나 지역에 따라 구호물자의 혜택이 각기 달랐다. 카투만두 쪽은 그나마 각국에서 들어온 구호물자로 비를 피할 공간을 만들었지만 다른 산골 오지마을은 아이들 공부할 공간은 커녕 비 피할 공간조차 마련할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대표적 마을이 2300m 고지에 있는 카지룽(khajilung) 마을이었다. 이 마을은 당시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으로 알려진 신두팔촉(sindhupalchok)의 작은 마을로 두스쿤(dhuskun) 마을 발전위원회에 속한 9개 마을 중 하나녔다. 셀파종족 전통마을로 모두 20세대가 살고 있었는데 집이 모두 무너졌고 마을 중간에 있던 학교도 무너졌다. 

주민들은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까지 생겨 해가 지고나면 또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까 잠도 못이루고 전전긍긍했다. 

2015년 당시 소식을 접한 ‘지구촌 하나되기 나눔과 동행(이하 나눔과 동행)’팀이 구호를 목적으로 이 마을을 방문했다. 나눔과 동행 팀은 지난 2015년 네팔에 대지진이 발생하자 충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비롯해 직지원정대, (사)이재민사랑본부, (사)풀꿈환경재단,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청주충북환경연합, 청풍명월21실천협의회, 충북산악구조대, 충북참여연대, 히말라야오지마을체험단, (사)징검다리 등 10여개의 시민사회 단체가 뜻을 함께해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을 모아 피해 복구에 동참했다. 

저 역시 적극 나섰다. 카지룽 마을은 카투만두에서 동쪽으로 약 60km떨어진 곳인데 차로 여섯 시간, 걸어서 한 시간 걸렸다. 그런 오지의 마을이기에 마을 주민들은 당시 “외지인이 방문한 건 처음"이라며 매우 반가워하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질 않는다.

카지룽 마을에 무너진 학교를 대신해 학교 건물을 신축하는데 많은 이들이 동참했다. 하지만 너무 오지라서 자재 구입 및 운반의 어려움으로 많은 시일이 소요됐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해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학교 신축건물의 준공식은 2016년 6월8일 가졌는데 나눔과 동행팀 6명이 참석했다. 준공식에서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칠판 등 교구를 비롯한 학용품, 의류 등도 준비해갔다.

준공식 방문 때 나눔과 동행팀은 이 학교의 이름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직지의 이름을 따 '칼린촉 직지초등학교(SHREE KALINCHOK JIKJI PRIMARY SCHOOL)'라고 지었다. 직지의 창조성과 우수성을 알림과 동시에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창조정신을 심어주려고 마을주민들과 협의해 결정했다. 직지초등학교 준공식을 계기로 히말라야에는 ‘직지봉’, 히말라야 자락인 카지룽 마을엔 ‘직지초등학교’가 생겨 직지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칼린촉 직지초등학교는 충북도민과 청주시민,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이 자발적으로 모아준 성금으로 추진했다. 직지초등학교 신축과 마을의 재건에 뜻을 모아준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를 올린다. 

▶나눔과 동행팀의 향후 계획은.

-나눔과 동행팀은 국제사회의 불평등 문제 해결에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해마다 재난의 현장을 찾아 충북도민과 한국인의 정을 나눌 계획이다. 

산악인 박 대장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산과 인연을 맺은 뒤 수많은 해외 원정을 다녀왔다. 지난 2008년에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알리기 위해 직지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 카라코람 산맥에 있는 해발 6230m의 이름없는 봉우리(파키스탄령) 등정에 성공했다. 파키스탄 지명위원회는 이 봉우리를 ‘직지봉’으로 명명했다.

이듬해인 2009년 그는 크나큰 아픔을 만나 평생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 해 네팔 히운출리 북벽의 새로운 직지루트를 개척하다 민준영·박종성 두 대원을 잃는 뜻밖의 사고를 만났다. 

그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결코 잊지 않고 찾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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