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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 개혁이냐 보수냐

  • [경기=아시아뉴스통신] 고상규 기자
  • 송고시간 2019-12-0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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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규 총괄부국장

중국의 춘추시대 때 위나라 왕의 첩의 아들 상군(商君)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앙(鞅)이고 성은 공손(公孫)이다. 이후 그는 '상앙'이라 불리는데 이는 진나라에서 세운 공적으로 상(商)이라는 땅을 하사받으면서 부터다.

상앙은 진(秦)효공의 신임을 얻으며 중용하게 되지만, 당시 나라의 정치는 여전히 보수적인 귀족들이 잡고 있었고, 백성들도 법에 대해 알지 못했다. 법을 개혁해 부국강병책을 추진하려던 상앙은 천하의 의론(議論)이 두려웠고 젊은 시절부터 형명학(刑名學)을 공부한 그는 급기야 효공을 설득해 개혁을 추진하기로 맘을 먹는다.


효공을 찾아간 상앙은 이렇게 얘기한다. 행동을 주저하면 명성을 얻지 못하고 일을 하는데 있어 머뭇거리면 공을 이룰 수 없고, 또 보통 사람을 뛰어넘는 행위는 본래 세상의 반대를 받기 쉬우며 독창적인 계책은 반드시 사람들의 조소를 받게됩니다. 어리석은 자는 이미 완성된 일에도 분별이 없지만 현명한 사람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도 능히 알 수 있습니다. 

백성들이란 처음부터 같이 일을 도모할 수 없으며 오직 성공의 즐거움만을 함께 향유할 수 있습니다. 성인은 국가를 강성하게 하는 일이라면 곧 옛 제도를 따를 필요가 없으며, 백성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곧 옛 예교(禮敎)에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효공은 찬성했다. 그러나 정치적 2인자이며 보수성이 강한 감룡(甘龍)과 두지(杜摯)는 반대했다. 


먼저 감룡의 반론은 이랬다. 성인과 지혜로운 사람은 관습과 옛 법을 바꾸지 않고 백성을 교화하며, 나라를 다스립니다. 관습에 따라 교화할 수 있으면 수고로움이 없이도 공을 이룰 수 있고, 옛 법에 따라 다스릴 수 있다면 관리들도 익숙하고 백성들도 평안합니다.

두지 또한 백배의 이로움이 없으면 법을 바꾸지 아니하며, 열 배의 편리함이 없이는 옛 도구를 바꾸지 않습니다. 옛 법을 따르는 것은 과오가 아니며 옛 예교를 준수하는 것 역시 잘못이 아닙니다.

이말을 들은 상앙은 다시 반박했다. 치세(治世)에 한 가지 방법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국가를 이롭게 하는 것은 반드시 옛날을 본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탕왕과 무왕은 옛것을 따르지 않아도 천하의 왕자가 되었으며, 반면 하나라와 은나라는 예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망했습니다. 옛 제도에 반대한다고 해서 비난을 받는 것은 아니며, 옛 예교를 준수한다고 해서 찬양받을 만하지 않습니다.

효공은 상앙의 말에 공감했다. 이후 효공은 상앙의 개혁에 동의했고 그를 좌서장으로 임명했다. 이 때부터 상앙은 진나라 법치주의 근간을 만들어 나감과 동시, '상앙의 변법(變法)'운동은 기득권을 깨는 것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국가와 왕권을 해친다는 이유로 이후 형장에서 생을 마감하게된다.

개혁은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최근 우리 정치는 개혁법안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고, 조국 전 장관 임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개혁과 보수의 치열한 대립은 연일 극한 상황을 연출했다. 거기에 청와대는 각종 의혹으로 야당의 공격 타켓이 된 채, 적나라하게 노출돼 있다. 

때문에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개혁과 보수, 상앙과 감룡의 대립에서 보듯이 결국 이들 모두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정치적 당리당략(黨利黨略)이 섞인 지금의 개혁과 보수는 아마도 국민을 제외한 정치인 자신들의 이익만을 염두에 둔 변질된 것은 아닐지... 

<고상규 기자=sang0100@media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