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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김현진, “올 해는 한 발자국 밀도 있는 걸음을 나가고 싶어요”

  •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송고시간 2020-01-1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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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서)
 
-‘쓰릴 미’ 회차가 거듭될 수록 기억에 남는 회차는 있나요?

 
“매 회차가 기억에 남아요. 저번에 공연을 하다가 망원경이 끊어진 적이 있는데, 망원경을 언제 자연스럽게 주울 수 있을까 생각하며 머리를 다섯 배는 더 엄청 썼어요. 제 집중과 상대 배우의 집중을 깨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제 나름대로 굉장히 자연스럽게 주웠습니다.”
 
-그날 리차드는 어느 배우였나요?
 
“윤이었어요. 끝나고 윤이가 손으로 망원경 표시를 하면서 저를 놀렸어요. (웃음) 윤이가 노련하게 그 장면을 받아줘서 잘 이어가서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네요. ”고오오맙다!“ 하지만 윤이가 저에게 소품 브레이커라고 엄청 놀렸어요.”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하고 싶다고 했는데, 다른 직업 궁금하지는 않아요?
 
“다른 직업도 그렇겠지만 배우라는 인생이 너무 축복받은 삶인 거 같아요. 최근에 부모님이랑 그런 얘기를 했어요. 관객들이 공연이 끝나고 현장이나 SNS로 여러 말을 해주는데 ‘제 무대가 위로가 되었다’. ‘삶이 힘들었는데 공연을 보고 즐거웠다. 잠시 힘든 일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데 ‘제가 이런 일을 할 수 있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살면서 한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쉽지 않은데 배우라는 직업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게 큰 축복인 거 같아요. 다시 태어나도 저 때문에 한명의 관객이라도 즐거울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일 거 같아요. 물론 제가 다른 직업을 해보지 않아서 다른 보람을 모를 수 있지만 이런 좋은 기억 때문에 다시 배우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김현진의 캐릭터를 생각했을 때도 사랑받고 싶고, 사랑을 전해주고 싶어서 배우를 다시 선택할 거 같아요. 지금 보시다시피 저는 제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해요. 제가 말이 굉장히 많잖아요. (웃음) 얼마 전 양준일 님께서 자신은 몸으로 얘기하는 직업이라고 하셨는데 배우도 그런 직업 같아요. 작품에 따라 때로는 하는 이야기가 많이 달라지지만 제 이야기를 하고 싶고, 저를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김현진./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하고 싶은 작품과 배역으로 ‘레베카’의 ‘댄버스’를 꼽아서 놀랐어요. 물론 요즘은 젠더프리의 물결이 있지만 이유가 무엇인가요?
 
“네이슨을 연기하면서 댄버스와 닮아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어쨌거나 댄버스도 레베카라는 소유와 충성의 대상이 너무 지나쳐서 다른 소중한 것을 보지 못하는 캐릭터로 보이더라고요. 단순히 공연을 봤을 때 ‘저 무대에 내가 서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레베카를 보면서 ‘댄버스 부인 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옥주현 선배님께서 너무 멋진 무대를 보여 주셨죠. 아! 그 댄버스 역할이 옥주현 선배님이었다는 걸 처음 밝히네요.”
 
-평소에 이석준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신다고요?
 
“이석준 선배님은 저의 인생의 멘토이고, 어제 새벽까지 석준 선배님과 통화를 했는데, 오늘 오전에도 영상 통화를 했네요. 공연에 대한 이야기도 하시지만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예전에 삶에 있어서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석준 선배님을 찾아갔어요. 작품에 대한 고민도 나누고 이런 저런 저의 삶의 고민까지 같이 고민을 해주시는 게 너무 감사했죠. 때로는 조언도 해주시지만 제 고민을 본인의 고민처럼 같이 고민해주셔서 정말 인생을 앞서나가는 선배 같은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리고 연기를 너무 잘 하시잖아요.”
 
-현진 배우랑 이야기를 나누는데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의 ‘앨빈’ 역도 잘 어울릴 거 같아요. 이석준 배우가 하고 있기도 하잖아요.
 
“저 시켜만 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앨빈’ 역할도 정말 꼭 해보고 싶어요.”
 
김현진.(제공=달컴퍼니)

-올 해 계획은 세웠나요?
 
“저는 계획을 잘 안 세워요. 계획이 제 고집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이게 나쁜 건 아니지만 제 삶의 모토가 ‘융통성 있는 사람이 되자’여서 계획을 세우기보다 순간순간 주어지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그리고 올해부터는 작품 수를 조금 줄이려고 한다. 예전 같은 체력이 아니기도 하고. 이렇게 얘기하면 누군가 그 전에 안 그랬냐고 물을까봐 겁이 나는데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지내고 있지만 올 해는 한 발자국 밀도 있게 걸어 나가고 싶어요. 다작보다는 한 작품에 몰두해서 하고 싶은 해에요.”
 
-우리 지금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눈 거 같은데 추가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충분히 물어봐주시고 수다를 떤 거 같아서 즐거웠어요.”
 
김현진 배우는 듣고 본 거와 같이 매우 똑똑하고 영리한 배우이다. 대본을 철저히 분석하고, 자신의 대사, 행동 하나를 허투루 쓰는 법이 없으며, 작은 소품 하나에도 영혼을 불어 넣는 가히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은 배우이다. 인터뷰 중에도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고, 분명하게 전달하며 혹시나 다른 의미로 잘못 비춰질까 단어 하나를 조심히 고르는 모습을 보였다. 만나는 사람마다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는 김현진 배우의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며, 밀도있는 한걸음을 응원한다.
 
한편, 김현진이 연기하고 있는 뮤지컬 ‘쓰릴 미’는 3월 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