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뉴스통신

뉴스홈 전체기사 정치 산업ㆍ경제 사회 국제
스포츠 전국 연예·문화 종교 인터뷰 TV

[인터뷰②] 이지혜, 점점 단단해져가는 모습이 뮤지컬 ‘레베카’ 이히와 찰떡!

  •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송고시간 2020-02-25 11:19
  • 뉴스홈 > 인터뷰
이지혜.(제공=서정준 포토그래퍼)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서)
-그렇다면 네 명의 ‘막심’은 어떻게 느껴지는지 궁금하다.
 

"류정환은 막심의 정석 같다.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중년 남자가 주는 고민은 나이 차이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깊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절벽에서 막심이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슬픈 눈을 하고 있을 때 무슨 사연이 있을까 궁금하지만 알 수 없는 깊이로 쉽게 물어볼 수 없다. 소설에서도 “얼른 나이가 들고 싶다”고 나오는데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는 의미로써 내가 너무 어리고 답답한 마음에 그렇게 말하는 부분에 너무 공감됐다.
엄기준은 ‘베르테르’에서 만났을 때와 완전 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슬픔을 감추려는 타입이라 1막에서 속을 알 수 없다. 그래서 레베카를 증오했다고 말 할 때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자기 이야기를 안 할 거 같은 사람이라 속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반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주 깊은 충격으로 다가오더라. 이히랑 사랑할 때도 되게 많이 사랑해주며 슬픈 눈에 그런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 못해서 더 안쓰럽고 보듬어 주고싶다. 1막에서 느꼈던 단단함도 단단함처럼 느껴지지 않고 내가 세어놓은 방어막이었다. 나중에 이게 허물어지고 내가 더 센 사람이 되는 거 같았다.
카이는 눈을 보면 나를 많이 사랑해주려는 모습이 있다. 원래 세심한 성격을 갖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이히를 많이 위로해주려고 최선을 다하는 막심의 모습이 있는데 또 그게 아닌 부분은 벽을 많이 치고 있어서 이히가 범접할 수 없는 성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2막에서 모든 게 밝혀졌을 때 이히와 막심이 엄청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고 서로 손잡고 의지해서 가는 모습이 있다.
신성록은 이번에 처음 만났지만 개구지고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많이 웃어주려고 하고 내재되어있는 슬픔이 있지만 그게 뭘까 궁금증은 있어도 그렇게 깊은 문제라고 생각을 못 했다. 나중에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는 이렇게 크고 단단할 거 같은 사람이 작아지고 여려진다. 이히한테 많이 의지하는 막심이더라. 그래서 엄마처럼 끌고 간다. (웃음)"
 
이지혜.(제공=서정준 포토그래퍼)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레베카는 댄버스, 이히, 막심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다. 이히에게 특히 어떤 존재일까.
 

"1막에서 느끼는 레베카는 완벽한 사람이다. 이 세상에 그런 여자가 또 있을까? 내가 만들어놓은 설정값이 너무 완벽하기 때문에 내가 가지지 못한 점, 동경하는 부분, 닮고 싶은 부분 등 내가 생각하는 최선이 그 여자이고 또한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절대 이길 수도 없다. 2막에서 “전 절대 레베카의 상대가 될 수 없어요”고 말하는 거처럼 그걸 인정한다. 그리고 막심이 그 여자를 사랑한 적 없다는 말에서 나에게 겹겹이 쌓여있던 그 자격지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레베카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었구나’ 그저 나와 다른 사람일 뿐인데 틀린 거였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힘들었구나 생각이 들고 자격지심이란 게 멘탈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느꼈다"
 
-실제로 자격지심을 느낄 때 어떻게 극복하나.
 
"어렸을 때는 나한테 없는 부분만 보였다, 그런데 나로 대입해서 봤을 때 다른 사람이 보는 나는 어떨까. 계속 공연을 하면서 지내다보니 나를 보면서 꿈을 키우는 후배들도 생기고 팬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도 있겠구나 싶더라. 나를 알아가면서 나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자격지심을 갖지 말자고 생각했다. 냉정하게 내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평가해서 점점 성장하고 쌓아나갈 거라는 확신을 스스로에게 주려고 노력한다. 주위에서 잘했다고 칭찬을 해도 감사하게 여기지만 내 스스로는 혹독하게 채찍질해가고 있다"
 
이지혜.(제공=서정준 포토그래퍼)

-나중에 댄버스 역할 해보고 싶지 않나.
 
"좀 더 연륜이 생기고 무대에서 떨지 않고 확고하게 서 있는 배우가 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너무 쫄보이고 하루살이이다. 댄버스 역의 옥주현에게 우스갯소리로 떨리지 않냐고 너무 긴장해서 토할 거 같다고 하더라. 댄버스가 처음에 등장하는 넘버가 나올 때 쿵쿵거리는 게 자신의 심장처럼 느껴진다고 하는데 주현 언니도 사람이구나 싶더라. 내가 그 자리에 있으면 너무 떨어서 시작하자마자 쓰러질 거 같다. (웃음) 그래서 좀 더 연륜이 생기고 여유가 생길 때쯤 하고 싶다"
 
-‘옥주현의 픽’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데 감사하면서도 부담을 느낄 거 같다.
 
"감사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나에게 더 기대하는 바가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잘 못 하는 경우에 나 혼자면 욕먹고 마는데 언니가 나를 인정해주고 하는 것이라 내가 언니의 얼굴에 먹칠한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채찍질하고 있고 감사한 마음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공연에 올라가기 전 나만의 루틴이 있다면?
 
"조금 일찍 준비한다. 내가 무대에서 자연스럽고 예뻐 보이려면 메이크업을 직접 해야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메이크업을 배우려니 너무 손이 안 따라 줘서 미술을 한번 배워보라고 권유로 미술을 배우게 됐다. 그걸 배우면서 무대의 전체적인 그림이나 색깔을 표현하는 게 구체화되더라. 메이크업을 배우니까 공연 6시간 전에 화장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 3시간 반 전에 극장에 가면 낮 공연을 한 배우들의 인터미션이거나 혼자 있으면 대기실이 조용해서 운동을 하고 수정 메이크업을 한다. 2시 간 반 전 쯤에 밥을 먹는다. 소화가 안 되면 역하게 올라올 때가 있어서 소화가 많이 되어야한다. 조금 배고픈 상태로 공연에 올라가는 게 컨디션이 최선이고 인터미션 때 말린 과일을 조금 먹어서 당을 채운다. 사실 이 틀에서 벗어나서 공연 전에 인터뷰가 잡히면 약간 불안하다. 최대한 공연 없는 날 인터뷰를 하는 편이고, 시간이 주는 안정감이 있더라"
 
이지혜.(제공=서정준 포토그래퍼)

-뮤지컬 배우로 목표는.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이 나오는 것처럼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져야하는 역할을 당찬 포부를 가지고 하고 싶다. 무대에서 하루하루 공연하는 게 아니라 더 여유를 가지고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서 자유로운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날이 오겠죠? (웃음) 그러려면 자신감과 실력이 다 뒷받침되었을 때 그런 여유가 나오니까 내 노력에 대한 연습 시간을 채우려고 한다. ‘레베카’저번 시즌에서 첫 번째 씬에 이히가 등장할 때 정말 떨렸다, 문을 열고 나가는 것도 떨리고 스케치북 펼치는 것도 심리적인 긴장이 심해서 예전에는 여유롭게 공연한 적이 없다. 그래도 이번 시즌에는 문을 열고 나가는 게 좀 더 수월해졌다"
 
-인간 이지혜의 꿈은.
 
"감사하게도 보이는 역할을 하다 보니,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내가 보고 싶은 ‘이지혜 배우’를 봐주는 관객들이 있다. 나로 인해서 치유 받고 힐링 받았다 할 때 감사하다. 최근에 펑펑 운 적이 있는데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갑자기 권태기가 올 때가 있지 않나. 어떤 팬의 글을 받았는데, 너무 울컥하게 만들어서 정신을 또 바짝 차리게 되었다. 내가 확신이 없으면 내가 그분들에게 아무것도 드릴 게 없겠다는 마음이 들라. 내가 어떤 부분이든 막 노력하지 않아도 스스로가 맞는 길로 확신을 가지고 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되게 많이 흔들리는 타입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좀 더 단단해졌다. 40대가 되었을 때 나라는 사람의 색깔이 구체적으로 될까 기대감이 있다. 알맞은 길을 향해 가고 싶다. 구체적으로 혼자 서있게 된 지가 얼마 안 됐다. 누군가에게 기대서 혼자 결정을 잘 결정 못했는데,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느끼게 되어서 앞으로 내가 찾아갈 것들이 기대된다"
 
이지혜.(제공=서정준 포토그래퍼)

-뮤지컬 ‘레베카’는 나에게 어떤 작품인가.
 
"저번 시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 연기를 하고 나면 연기가 많이 늘 거라는 조언이 있었다. 어떤 작품을 만나든 늘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늘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그 전 작품이 있어서 지금의 작품도 있는 거니까. ‘레베카’는 연기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성악을 전공해서 연기를 학교에서 배워본 적이 없다. 그래서 작품을 통해서 연기를 배웠는데 학교를 다니지 않았지만 상대방에게 리액션하는 방법들을 배워가고 있다. 앞으로 다른 작품을 만나도 초조해하지 않고 잘 풀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레베카’의 이히가 나에게 주는 메시지가 여러 가지 색깔을 주고 있다. 이히를 두 번씩이나 만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지혜는 현재 맡은 이히의 모습처럼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단단해져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상 쫄보’라고 말하지만 누구보다 강해질 사람이며, ‘레베카’ 첫 장면에서 문을 열고 나올 때 너무 떨렸다고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문을 열고 나와 무대 위에서 자주 보기를 희망해본다.
 
한편, 이지혜가 열연 중인 뮤지컬 ‘레베카’는 3월 15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ntpr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