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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해해경청 홍보계장, 박정형 경정 ‘자발적 불편함’의 가치

  • [부산=아시아뉴스통신] 한창기 기자
  • 송고시간 2020-03-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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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지방해양경찰청 홍보계장 박정형 경정./사진제공=남해해경청

“야외에서 적성검사를 치른다고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매년 실내에서 치른 의무경찰 채용시험을 야외에서 치르게 되리라고는. 


지난 11일 2020년 남해해경청 의무경찰 지원자들은 거대한 시험장으로 변한 부산해양경찰서 운동장에서 햇빛을 조명으로, 자신의 무릎을 책상으로 삼아 시험을 치렀다. 사상 초유의 감염병 코로나19는 그렇게 우리의 익숙한 일상을 낯선 풍경으로 뒤바꾸고 있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된 이상 실내에서 수백 명의 지원자가 몰려 시험을 보는 것은 분명 무리였다. 그렇다고 시험을 미루기도 어려웠다. 

이미 지난 2월로 예정돼 있던 채용시험을 3월로 한 차례 연기한 터였다. 여러 차례에 걸친 회의와 격론 끝에 ‘야외 시험’이라는 대안을 도출하기까지, 지원자들의 불편함은 없을지, 야외라는 환경이 채용 집행에 장애가 되지는 않을지 고심도 깊었다. 


우려했던 바와 달리, 반응은 뜨거웠다.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을 야외 시험이라는 다소 불편한 방식으로 유연하게 극복해낸 데 대해 네티즌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낮은 야외를 시험장소로 정하고 방역담당관이 수시로 시험장 방역을 한 덕분에 감염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상황의 변화를 냉철하게 받아들이고, 그에 적절한 차선책을 마련해내는 ‘자발적 불편함’의 가치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이 같은 자발적 불편함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을 경험하면서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위기극복의 저력으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커피전문점을 포기하는 대신 집에서 수저를 400번 저어가며 만들어낸 달고나 커피,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대구·경북 코로나19 피해 지원 성금,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직접 만든 수제 마스크 등은 우리 국민들의 유연한 지혜로 펼쳐낸 감동의 드라마다. 

확진자가 8천 명이 넘는 큰 피해 규모에도 불구하고, 해외 주요 선진국들이 우리나라를 코로나19 대응 모범사례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다. 

비단 감염병 뿐만이 아니다. 급변하는 기상 상황 때문에 위기가 항상 도사리고 있는 바다에서도, 안전을 위해 시의적절한 대비책을 강구하는 불편함은 필수다. 

여름과 가을철 태풍이 상륙할 땐 긴급출동태세를 유지하고, 너울성 파도가 많은 겨울철엔 해안가나 방파제 등 위험구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는 등 해양경찰의 발걸음도 계절별로 다른 궤적을 남기는 이유다.  

포근해진 날씨를 시샘하듯, 바다 안개가 심술을 부리는 봄날이다. 해양경찰도 국민의 안전한 봄맞이를 위해 짙은 안개로 인한 사고다발지역의 순찰을 강화하고, 유람선이나 여객선을 대상으로 한 점검을 실시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안전수칙 준수야말로 예고 없이 찾아오는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이자, 해법이라는 사실이다. 

출항 전엔 반드시 항해장비와 기관을 점검하고 운항 중 위치발신장치 작동은 물론, 기상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만으로도 봄날의 변덕은 설 곳을 잃는다. 

감염 예방을 위해 답답한 마스크를 벗지 않을 정도의 사려 깊음이라면, 커피를 400번 휘저을 정도의 인내심이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심술궂은 바다 안개도, 코로나19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