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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우스피스' 이휘종 "암전은 되었지만 우리는 계속 살아간다"

  •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송고시간 2020-08-1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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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휘종.(제공=이인영 포토그래퍼)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대학로 연극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마우스피스’는 연극열전8의 두 번째 작품으로 한때 ‘이야기’와 ‘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중년 극작가 ‘리비’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예술’을 경험하며 목소리 낼 용기를 얻은 ‘데클란’의 이야기이다.
 
리비 역에는 김여진, 김신록, 데클란 역에는 장률, 이휘종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일 배우 이휘종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눠보았다.

 
이휘종.(제공=이인영 포토그래퍼)
 
이휘종은 연극 ‘마우스피스’ 대본을 보고 기존에 했던 캐릭터랑 어느 부분은 비슷하면서도 외적으로 사람 대하는 태도가 다른 점에서 끌렸다고 한다.
“ 2인극은 처음이니까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그만큼 걱정도 컸다. 지금 해보지 않으면 언제 해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김여진 선배도 2인극이 처음인데 아무래도 선배는 더 많은 사람이 알고 있어서 그런지 더 큰 부담감을 느끼고 계시더라. 사실 2인극을 하면 연기력이 들통날 수 있는데 잃는 것보다 얻을 게 더 많다고 생각해서 도전했다”며 “연극이 너무 하고 싶었다. 장르가 뭐가 중요하냐고 할 수 있지만 2인극으로 연극을 해보고 싶었다. 1인극은 제가 하면 재미없을 거 같고, 2인극을 꼭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기존에 했던 캐릭터들과 데클란이 너무 달라서 다른 지점을 찾아가는 게 흥미로웠다고 했다.
“저는 캐릭터를 분석할 때 그림이나 영화를 찾아보는데, 데클란을 맡으면서 폭력적인데 이유가 있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영화들을 찾아왔다. 또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도 많이 봤다. 그림과 영상, 다큐 등을 보면서 공부를 했다.”
 

‘마우스피스’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으로는 대사량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배우들이 다 똑같이 말할 거 같은데 대사가 정말 많다. 그런데 저는 대사는 공연 전에 외워진다고 생각하는데 여진 선배가 대사 걱정을 많이 하셔서 제가 "대사 걱정하지 마라, 외워질 거다"며 다독여드렸다. 그리고 데클란으로 보이고 싶은 지점들이 많이 힘들었다. 2인극이다 보니 무대에 계속 나와 있다. 관객들은 저희를 계속 바라보는데 제가 순간 이휘종으로 튀어나오고 그런 순간이 많아지면 관객들이 공연을 보는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지금도 신록 선배랑 이야기를 하는 것 중에 "너가 데클란을 불쌍하게 연기하면 도움되는 게 하나도 없을 거 같다."고 하시더라. 왜냐하면 대본을 봤을 때 리비와 데클란이 어디서 봤을 법한 캐릭터다. 특히 남녀를 바꾸면 더 익숙한 모습이라 데클란을 최대한 익숙하게 보이지 않게 하는 게 힘들었다"
 
이휘종.(제공=이인영 포토그래퍼)
 
다음은 이휘종과 일문일답이다.
 
Q. 솔즈베리 언덕은 데클란에게 아지트 같은 공간인데, 리비가 찾아와 말을 걸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가.

 
"요즘은 1인 식탁이 많지만, 맛집 가면 긴 식탁에서 낯선 사람과 밥을 먹는 느낌이지 않을까. 리비가 처음 왔을 때는 ‘언젠가 가겠지’라는 마음이 있었다. 솔즈베리 언덕 자체가 유명한 곳이고 사람도 많이 가기도 하지만, 영국 배우가 앉아있는 곳을 보니까 데클란이 가는 곳은 돌에 뭔가 막혀있어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더라. 이런 공간에 리비가 왔으니까 ‘왜 왔지? 조용히 있고 싶어서 왔나?’ 약간 거슬리는 정도이다. 두 번째 왔을 때는 저 여자가 제 영역에 와서 화난 것보다 집에서 개리한테 맞고 와서 유일한 탈출구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거슬리는 존재가 들어오니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데클란이 마음을 열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다. 처음에 그림이 마음에 든다는 게 나를 칭찬한 것이고, 두 번째에서 “내 눈앞에서 꺼져”라고 하는데 “그림에 싸인해달라”고 집요하게 이야기한다. 작가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여자가 그림 해석한 지점과 제 마음의 상태랑 같다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절벽에서 떨어지려는 리비를 구하면서 의도치 않게 스킨십도 있었고, 위기 상황에서 심장이 엄청 빨리 뛰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런 기억이 오래가지 않을까. 첫 장면에서부터 뇌랑 심장이랑 다르게 움직이지 않았나 싶다."
 
Q. 리비가 데클란의 그림을 칭찬하기 전까지, 데클란은 칭찬 한 번 못 받아보고 지낸 아이같이 느껴졌다. 리비가 칭찬을 했을 때 느낌은.
 
"‘뭐라는 거야 이 여자’가 우선 떠오른다. 데클란은 방어기제가 많다 보니 사람을 쉽게 믿지 않을 거다. 무언가를 들었을 때 더 불안해지고 싶지 않아서 자기 식대로 해석하고 자기 식대로 끝낸다."
 
이휘종.(제공=이인영 포토그래퍼)
 
Q. 리비와 데클란 사이에는 무엇이 중요한 거 같나.
 
"‘구해줬다’는 키워드가 중요한 거 같다. 데클란이 뛰어내리려는 리비를 보고 심장이 빨리 뛰어서 구해줬고, 카페에서도 거리를 두다가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고 데클란식으로 심장이 뛴다. 여기서 데클란은 자신의 화법인 “당신만 원한다면”으로 우리가 다음에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직접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상대에게 선택권을 돌리는 게 데클란의 화법같다."
 
Q. 리비에 대한 마음은 어떻게 변해가나.
 
첫 만남에서는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 중에 한 명이다. 리비를 구해주고 제 그림이 마음에 든다고 했을 때는 ‘뭐야 이 여자’이고, 두 번째 이 여자가 왔을 때는 제 상태도 안 좋은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림에 싸인을 해달라고하니까 ‘뭐야 이 여자’ 다음에 ’뭐지‘라는 문장이 생겼다. 싸인 받았으면 꺼지라고 워딩이 쎘지만 리비가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물을 때는 뜬금없었다. 저에게 이유 없는 호의를 베푸니까 여자를 소아성애자인가 의심도 해본다. 선물받은 색연필을 보면서 전화번호를 들었을 때는 제 그림을 칭찬을 해준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으로 전화를 했다. ’만나보는 거야 무슨 문제가 되겠어‘라는 마음으로 카페에서 만났을 때 처음에는 오락가락한다. 미술관에 가자고 하는데 제가 “이러고 가도 들여보내주나?”고 진심으로 물었는데 리비가 웃어 넘기는 게 무시하는 거 같다. 저를 살펴보는 리비가 본인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데 그때도 완벽하게 이해를 하지 못한다. 하지만 많은 것들이 느껴지는 게, 도시라는 곳에서 잘나갔던 여자가 자기 이야기를 저에게 쏟아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저를 끔찍히 싫어하는 엄마 이야기, 살아나가려고 하는 부분들이 비슷하기도 하다. 이런 부분들을 들으면서 데클란도 자기식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도시 사람이라고 다 행복한 것도 아니고 나랑 비슷한 점이 있구나’. 그 사람에 대한 방어기제는 하나는 없어지는 느낌이 든다. 또 데클란이 리비에게 뛰어내리려고 했냐고 물어보는 것도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그 장면에서 눈을 못 쳐다본다. “뛰어내리려고 그랬어요?” 라고 하면 리비가 “몰라”라는 그런 말을 하지만 제가 듣기에는 ‘그렇지 않다’고 들린 거 같다.
 
리비가 녹음기를 틀고 제 이야기를 쓴다는 것에 대해 한 번도 누구에게 들려준 적이 없었던 것을 극이라는 형태로 올려두면 멋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제 이야기를 많은 사람이 봐준다는 게 신기하고 이 여자한테 감사한 마음도 있다. 데클란 가족들이 떠날 때는 리비가 집으로 와서 “너 때문이 아니다”는 말을 했을 때 ‘누가 나를 위로해준 적이 있을까’는 생각이 든다. 그 뒤의 일들은 서로를 불쌍하게 본 표현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에 리비가 데클란에게 거리를 두지만 만나자고 했을 때 너무 반가웠다. 갑자기 관계를 확 지어버리니까 기분이 이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의 앞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 그런데 리비에게 가장 크게 실망한 것은 제 얘기를 남이 먼저 봐서도 아니라 저한테 상의 없이 글을 쓴 것도 아니다, 제가 언덕 위에서 아버지가 일곱 살 때 목을 매고 하늘나라로 갔다고 얘기를 했을 때 리비가 너무 당황해서 제가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 괜찮은 게 아니었다. 그런데 극에서 제가 목을 매단 거로 표현한 게 너무 화난 거 같다. 다른 사람들이 제가 아빠처럼 될 거라고 했는데 ‘다른 사람들 속에 너도 있구나’ 이런 마음이다. 그때 배신감과 실망감이 확 든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가 저의 무례한 행동들을 견뎌줬으면 하는 것도 있고 마지막에 심하게 욕을 하는 것도 ‘가지마’라는 마음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엔딩에서 만났을 때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지만 ‘잘 있었구나’이다. 리비에 대한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리비가 사람들 앞에서 저를 대하는 태도가 가짜 같은 게 느껴져서 제 이야기를 용기내서 할 수 있는 상황까지 가지 않았나. 리비가 너무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데클란이 보기에 리비가 예쁜 포장지에 있는 사람 같고, 극 중 ‘그쪽’ 사람들 같은 느낌이니까.
 
이휘종.(제공=이인영 포토그래퍼)
 
Q. 리비로 김여진, 김신록 배우가 연기를 하는데 두 리비는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
 
"저랑 률이 형이 다르듯 두 분도 표현방식이 조금 다르다. 여진 선배는 잔잔한 물 같다. ‘난 이런 사람이다’는 걸 굳이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다. 잔잔한 물에 물 나이테가 넓게 펴지려면 기술적으로 세게 잘 던져야 하는 것처럼 여진 선배는 무엇인가 애써 꺼내려 하지 않지만, 마음속에서 뭔가 거세게 요동치고 있는 게 느껴진다.
 
반면 신록 선배는 파도 같다. “나 그런 사람 아니야”라고 온몸으로 말하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무엇인가 감추려는 신록 선배의 리비를 보면 여러 방면의 아픔을 많이 겪은 리비라고 생각된다. 파도처럼 계속해서 몸을 부딪치는 느낌이다.
 
두 선배의 느낌이 다르고 연기를 잘하시니까 같이 할 때마다 재미있고 행복하며 현재 진행형이다."
 
Q. 극 중 ‘마우스피스’는 리비의 이야기일까, 데클란의 이야기일까.
 

"저는 무조건 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리비 선배들은 자신의 이야기라고 하겠죠. (웃음) 그러면 저 스스로가 연기할 힘이 없어지는 거 같다. 리비가 극을 써서 그녀의 피조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제가 연기할 힘이 떨어지는 거 같고, 마지막에 극장에서 뛰쳐나갈 때도 저항심이 사라질 거 같다."
 
이휘종.(제공=이인영 포토그래퍼)

Q. 연극 ‘마우스피스’는 무엇을 의미하는 거 같나.
 
"마우스피스라는 뜻이 대변인이다. 제목을 해석하는 재미가 있는데 말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말을 확대해서 대화라는 게 또 얼마나 중요한가. 그로 인한 소통도 중요하다. 이 작품이 어려운 것을 다루지만 입, 말, 말을 표현하는 손, 그리고 글. 입에 출발한 말이라는 거 자체에서 파생돼서 영향을 끼치는 것들을 보여주는 거 아닐까."
 
Q. 공연 마지막에 암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눈을 감는 것이다. 눈을 감고 있으면 세상이 멈춰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눈을 뜨면 제가 멈춰있던 시간만큼 또 시간은 흘러가있다. 다른 사람들의 시간은 흘러가고 저만 멈춰있는 것이다. 무대에서 암전이 되면 리비와 데클란은 끝이지만, 이 공연을 보고 나가는 사람들의 시간은 계속 된다."
 
배우 이휘종은 깊고 예쁜 눈을 가진 배우로 작품을 보는 눈에서도 깊이를 느끼게 해줬다. 무대와 영화를 오가며 앞으로 더욱 성장할 이휘종 배우를 응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연극열전8’의 두 번째 작품 연극 ‘마우스피스’는 9월 6일까지 대학로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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