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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루드윅' 양지원 "베토벤처럼 편견없는 사람이 되고파"

  •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송고시간 2020-08-1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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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원.(제공=과수원 컴퍼니)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창작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더욱 특별하고 의미 있는 시즌을 맞아 베토벤의 일대기를 소년, 청년, 장년으로 나눠 3명의 배우가 베토벤 1인을 연기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청년 루드윅과 베토벤의 조카 카로 1인 2역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양지원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양지원은 “뮤지컬 ‘루드윅’ 초연 대본을 읽었을 때는 베토벤의 절망이 공감이 안됐는데 이번에 대본을 다시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며 작품을 함께한 계기를 전했다.
 
베토벤이 귀가 안 들렸듯이 양지원에게는 목소리가 안 나온 적이 있다. 성대결절 수술로 갑작스레 작품을 하차하게 되고 캐스팅된 작품에 빠지게 된 일을 겪어서 그는 베토벤의 아픔에 더 공감했다. “청년 베토벤의 아픔은 우리가 살면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고통의 크기인 거 같다. 이 역할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냐에 따라 연기가 나오겠더라. 처음에 목소리가 안 나올 때는 분노하다가 원망하고 간절히 빌기도 하고 그러다가 포기하는 감정 상태가 되었다.
 
정말 힘들었던 날은 박규원 배우와 무대에 선 날인데, ‘그림자를 판 사나이’의 마지막에서 페터 슐레밀이 대곡을 부르는데 목이 확 나가서 아예 목소리가 안 나왔다.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다. 규원이 형은 제가 너무 안쓰러워서 그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날 거 같다고 하더라. 그 와중에 저는 소리를 내겠다고 온몸을 떨면서 노래를 불렀다. 청년 베토벤을 연기하면서 예전 같았으면 1차원적인 감정으로 다가갈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을 느끼면서 연기를 한다.
 
양지원은 뮤지컬 ‘미드나잇’을 할 때 이미 폴립이 생겼다고 한다. “1년 정도 폴립을 갖고 있었다. 약물치료하면서 목을 안 쓰면 폴립이 사라지는데 그 당시에 굉장히 바쁘다 보니까 목이 쉴 수 없었다. 처음에 목에 이상을 느낀 날은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을 할 때 뮤지컬 ‘최후진술’ 프레디 노래를 하면서 샤우팅하 는 부분에서 목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나더라. 목에 뭔가 나고 아프긴 했지만 ‘뮤지컬 배우라면 다 겪는 거 아닌가’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그림자를 판 사나이’랑 ‘쓰릴미’를 같이 준비하면서 폴립이 점점 커졌다. 이때는 폴립의 실핏줄이 터져서 그 안에 피가 고여서 수술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쓰릴미’까지는 공연을 마치려고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급하다고 하셔서 부득이하게 하차를 하고 수술을 했다. 그때는 제작사, 같이 하는 배우, 팬 등 만나는 사람마다 사과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데 자존감이 확 떨어져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양지원.(제공=알앤디웍스)
 
다음은 양지원과 일문일답이다.
 
Q. 베토벤을 연구하면서 어떤 것을 느꼈나.

 
- 베토벤은 항상 틀을 깨려고 했던 사람이다. 저도 어릴 때 가수 준비를 했는데 가수들은 전에 좋았던 걸 차용하기도 하는데, 베토벤은 ‘환희’나 대 명곡을 만들고는 그 틀을 다 깨더라.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많이 한 사람으로 저와 다른 분야이지만 도전정신을 갖게 하는 사람이다. 베토벤을 연기한다는 게 굉장히 영광이다.

Q. 베토벤에게는 모차르트라는 라이벌이자 비교 대상이 있었는데, 양지원은 공연을 하면서 라이벌이 있었나.
 
- 가수 연습생 시절이 엄청나게 길었다. 아이돌, 밴드, 보컬도 해보고. 큰 기획사도 있어 봤는데 늘 경쟁 속에 있었다. 아무리 웃고 지내고 마음속에 시기 질투가 있고, 그때는 어리니까 인격적으로 성숙하기 전이었다. 누구보다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고 칭찬을 받아도 자존감이 낮아서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데 종교를 가진 이후로 자존감이 많이 해결됐다. 저 사람은 저 사람이고 나는 나라는 마음을 가졌다. 예전에 작품이 없었을 때는 작품이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아픈 이후로부터는 오히려 여유롭게 하고 싶더라.
 
Q. 청년 베토벤과 카를을 연기하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어디인가.
 
- 사실 청년 베토벤은 전부 다 짠하다. 제 모습 같을 때가 많다. 사람들이 청년 베토벤에게 “모차르트 같은데? 신이 귀에다 대고 음을 불러주냐”고 할 때 “나는 모차르트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내 곡은 내가 쓴 거지 신이 쓴 게 아니다”라고 한다. 베토벤의 전성기 시절은 교만의 끝이었다. 저도 제 나름대로 자만하고 교만한 면이 있으면서 살지 않았나 돌이켜봤다. 제가 이루어왔던 게 제 힘으로 이뤄왔다고 생각한 거 같다. 그래서 저한테 목이 아프면서 고난의 일들이 생긴 거 같다. 저는 이때 신이 저에게 그만하라는 의미로 아픔을 준 줄 알았다. 저는 이쪽에 지인도 없고 연기를 해본 적도 없고, 현재 뮤지컬 ‘모차르트’를 하는 주아라는 배우 분이 제 노래를 듣고 뮤지컬 해보라고 해서 한 거다. 그때도 세 번이나 거절했었다. 지금은 제가 알앤디웍스 소속사에 들어온 것도 작품을 하고 있는 것도 정말 감사하다.
 
저는 노년 베토벤이 청년에게 “어쩌면 신이 입 좀 닥치고 들으라고 하는 거 같다”고 하는데 이 말이 제일 공감 간다. 제가 말이 많은 사람이라 사람들과 관계에서 태도가 많이 바뀌게 됐다. (웃음)
 
카를은 ‘사랑’이라는 넘버를 부를 때 가장 짠하다. 베토벤이 카를에게 피아노 연주를 강요하지만 어쨌든 카를은 삼촌을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 부모님을 미워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거처럼 말이다. 카를은 삼촌에게 인정받고 싶기 때문에 피아노를 친 거 같다. 또한 카를이 아무리 피아노를 잘 쳤어도 발터의 감동을 절대로 뛰어넘지 못했을 거다. 카를은 ‘도대체 발터가 누구고 얼마나 잘 치길래 나에게 왜 발터 이야기를 하는 건가’ 생각이 들 것이고, 삼촌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열등감이 섞이면서 항상 발터에 대한 궁금증과 억눌림이 있었는데 마리가 와서 발터라는 아이가 죽었다고 알려주니까 ‘내가 결국에는 발터라는 아이를 뛰어넘지 못하고 대용품으로 살았구나’를 느꼈을 것이다. 이때는 베토벤이 모차르트에게 비교당한 거 이상의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양지원.(제공=알앤디웍스)
 
Q. 카를은 왜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고 보나.
 
- 예술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2세가 아버지를 뛰어넘기 쉽지 않다. 카를은 자신보다 삼촌을 위해서 피아노를 하려고 했는데, 베토벤이 ‘환희’를 들려줬을 때는 100명의 합창단이 들어오는 게 말도 안 되고 범접조차 할 수 없다고 느끼며 엄청난 좌절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삼촌한테 “그만하고 싶다”고 해도 삼촌이 “너는 베토벤이 될 거야”라고 하는데 그건 정말 될 수가 없는 지경이지 않나. 죽는 거 말고는 삼촌을 벗어날 방법은 없는 거 같다.
 
Q. 마리와 발터한테 화를 내다가 마음을 바꾸게 된 지점은.
 
- 처음에는 제 집에 그냥 들어왔으니 너무 무례했다. 그리고 그 당시에 베토벤이 귀머거리라는 소문이 많아서 그걸 놀리려는 사람이 많았다고 하더라. ‘내가 지금 귀가 안 들리는 거 알고 놀리려고 왔구나. 감히 지금 나한테 이래?’라는 마음으로 발터와 마리를 대하다가 마리가 로저 하우스와 피셔 아저씨의 빵가게 등 그 동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다르게 쳐다본다. 제가 경상도 진해에서 살았었는데 마치 미국에 가서 진해 사람을 만나서 그 동네 슈퍼가 어디있고, 동네 사람만 알 수 있는 곳을 말하면 반가움 마음이 드는 거처럼 말이다.
마음의 벽을 살짝 허물었다가 다기 열 받는 지점은 발터가 “총을 대고 있었어”라고 하니까 마리가 베토벤에게 “선생님은 훌륭한 분이에요. 선생님 그러면 안돼요”라고 하는데 ‘니가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이런 말을 하지’라는 생각에 화가 난다. 그래서 발터한테 “니가 피아노를 잘 친다고? 쳐 봐!”라며 화를 낼 때 사실은 마리에게 뭐라고 하는 거다.
 
Q. 가장 인상 깊은 넘버는.
 
- ‘재능’이라는 넘버이다. 그 넘버가 우리의 인생같이 느껴진다. “인생 뜻대로 되지 않아. 재능 달콤하게 다가와서 모든 걸 내줄 듯 유혹하지”라는 가사가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제일 공감이 많이 간다.
 
양지원.(제공=알앤디웍스)

 
Q. 뮤지컬 ‘루드윅’을 통해서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은.
 
- 모든 사람이 크든 작든 다 고난을 겪을 거고, 고난을 통해서만 사람이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보셨으면 좋겠다. 또 살다보면 고난의 시간이 계속 올 텐데 ‘너무 힘들다,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것보다 적어도 한 가지씩이라도 깨달음이 있었으면 한다.
 
Q. 베토벤에게 한마디 한다면.
 
- 고난을 함께한 동지 같은 느낌도 있는데 저는 베토벤처럼 엄청난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베토벤은 귀가 안 들리니까 작곡할 때 음을 상상해서 썼다고 하더라. 그 당시 낼 수 없는 음들을 적어놔서 그때는 엉망진창이었던 악보가 후대에 악기의 기술이 발전됐을 때 다시 녹음을 한 거라고 한다. 요즘 공감하는 게 베토벤이 그때 편견 없이 음악을 본 거처럼, 편견없이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남을 판단하고 정제하는 대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 잘살면 된다고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
 
양지원은 최근 배우로서 치명적일 수 있는 목소리가 안 나오는 것을 경험하면서 더욱 성숙해져서 뮤지컬 ‘루드윅’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양지원이 연기하는 베토벤 연기를 더욱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양지원의 열연을 엿볼 수 있는 뮤지컬 ‘루드윅’은 9월 27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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