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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루드윅' 박유덕 "우린 베토벤과 같아"

  •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송고시간 2020-08-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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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덕.(제공=HJ컬처)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뮤지컬 ‘루드윅’이 대학로에서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천재 작곡가 베토벤과 그의 조카 카를 사이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아, 군인을 꿈꾸는 카를과 그를 자신의 뒤를 이을 음악가로 키우려는 루드윅이 갈등하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뮤지컬 ‘루드윅’은 베토벤의 일대기를 소년, 청년, 장년으로 나눠 3명의 배우가 베토벤 1인을 연기하는 독특한 형식을 차용했다.
 

최근 아시아뉴스통신은 극 중 장년 베토벤을 연기하는 배우 박유덕을 만나 뮤지컬 ‘루드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대중에게 익숙한 베토벤을 연기하는 게 이 극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박유덕은 “베토벤이라는 강한 틀이 있어도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고 오히려 그것을 깨고 싶었다. 이미지가 강하다는 게 어떤 의미로 강하다는 걸까 생각해봤다. 베토벤은 자기애와 열정이 강하더라. 베토벤 스스로가 너무 강해서 표출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들어갈 공간이 없는 것이었다. 자기 고집과 생각이 뚜렷하고 강한 것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박유덕.(제공=과수원컴퍼니)

“베토벤이 귀가 안 들리고 대중이 등을 돌릴 때가 마음이 아팠다. 무대 위 뒤편에서 청년 베토벤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짠했다. 그때 배우로 활동하는 우리의 모습이 생각났는데 우리도 대중이 등을 돌리면 갈 곳이 없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됐다”
 
박유덕은 장년 베토벤을 연기하면서 마리와 발터는 정체된 삶에서 채찍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젊은 루드윗이 갈 곳이 없고 웃음거리가 되었을 때 마리와 발터가 찾아와서 희망을 준 거 같다. 마리만 루드윅에서 좋은 소리를 하고 베토벤은 마리에게 세게 말하지만 서로에게 자극을 준 것이다. 또한 발터는 베토벤의 어린 시절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발터를 보며 ‘나도 저 친구처럼 음악만 바라보고 싶었는데’라는 마음이 든다.”

 
이어 발터가 죽었다고 들었을 때로는 “청년 루드윅들이 어떻게 느낄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정말 많이 후회될 거 같다. 제가 아프고 슬프고 힘들다는 이유로 발터의 손을 잡지 않았는데, 저의 어린 시절 같았던 발터가 죽었다고 하면 저의 과거 또한 죽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박유덕.(제공=HJ컬처)

극 중 발터는 사고로 죽고, 베토벤의 조카 카를은 자살로 죽음을 맞이하는데 두 사람의 죽음은 베토벤에게 어떻게 다르게 느껴질까.
“발터가 죽고 베토벤이 각성한 게 있는데 오히려 마음을 더 닫았을 것이다. 오히려 귀를 닫고, 마음을 닫고 내 음악을 보겠다고 생각할 때 찾아온 게 카를이다. 그리고 이건 저의 장년 루드윅의 해석인데, 저는 카를을 사랑하기보다 제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 카를이 제 음악을 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랑으로 포장되었지만 저의 집착으로 ‘너는 내 음악을 해야 돼’라는 마음이다. 또한 카를이 죽었을 때도 베토벤은 자신이 죽은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발터가 과거의 저라면 카를은 현재의 제 모습이다. 카를이 군인이 되고 싶어 했던 것도 베토벤이 나폴레옹과 군인을 싫어하니까 일부러 그런 거 아닐까싶다. 카를도 분명히 베토벤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환희’를 발표할 때 베토벤은 기뻐하는데 카를은 총을 대고 있는데, 베토벤이 가장 큰 행복을 느낄 때 카를이 복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박유덕은 극중 와닿는 대사로 “누가 내 세상을 이해할까”를 꼽았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듯이 지금도 맞는 거 같다. 누가 카를, 마리, 베토벤을 이해할까. 배우로 봐도 누가 저를 이해할까. 결국 이해하는 건 자기밖에 없다. 극에서 녹음된 대사가 나오는데 제 목소리가 나오면 되게 오묘하다. 그 순간 제 감정이 함께 겹치면서 기분이 더욱 이상하다”
 
뮤지컬 ‘루드윅’의 묘미는 마지막 커튼콜 때 장년 베토벤의 지휘 장면으로 박유덕은 “저의 촛불을 끈다고 생각한다. 제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면서 마지막 지휘를 한다”고 전했다.
 
박유덕.(제공=HJ컬처)

박유덕은 자신이 연기하는 장년 베토벤을 보면 많이 답답할 수 있다며 웃었다. “제가 하는 공연을 보면 많이 답답할 거다. 그때 나는 누구에게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자신들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유독 누구한테만큼은 내가 베토벤스럽게 굴지 않았나.”
 
마지막으로 박유덕은 마리, 카를, 발터, 청년 루드윅 중에 한 마디를 남길 수 있다면 누구에게 남기겠냐는 물음에 청년 루드윅을 꼽았다. 이어 “니 길이 옳다. 그 길을 믿고 잘 가거라. 지금 내가 후회를 하니까”라고 덧붙였다.
 
한편, 뮤지컬 ‘루드윅’은 9월 27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entpr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