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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악의 꽃' 이준기 "우린 악의를 가지고 살아본 순간이 없던가"

  •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송고시간 2020-10-3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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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엑터스

'이준기가 이준기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준기는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극본 유정희, 연출 김철규)에서 연기력을 다시금 인정받았다.
 
지난 23일 악의 꽃은 시청률 5.7%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준기는 연쇄살인 공범이라는 의혹을 받는 과거를 가진 남자로 현재에서는 다정다감한 아빠이자 남편을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도현수와 백희성으로 색다른 느낌을 선보였다.

 
‘인생 캐릭터 경신’을 한 이준기와 서면 인터뷰로 작품 종영에 대한 소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이준기는 “매 작품이 그러했지만 이번 ‘악의 꽃’은 끝나고 나니 유독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진다. 작품을 완주했다는 안도감, 초반에 느꼈던 무게감을 무사히 완결로 승화시켰다는 성취감, 그리고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달려온 모든 분들을 떠나보냈다는 헛헛함까지 만감이 교차한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이준기.(제공=나무엑터스)
 
극에서 이준기는 금속 공예가이자 다정한 남편과 아이 아빠로 다양한 모습을 보였는데 캐릭터 구축을 하기 위해서 유튜브 영상을 참고했다고 한다.
"금속공예가로 살아가는 백희성의 모습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워야 했어요. 그래서 촬영 전 유튜브로 연기에 참고할만한 공예 작업 영상들을 찾아보며 미리 상상해 두었고, 실제 금속공예가분을 만나 짧게나마 공예가의 손길이 느껴질 수 있는 디테일을 배웠죠.

한 가정의 따뜻한 아빠로서의 모습은 사실 애드리브가 많았는데요. 감독님께서 그냥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게 믿고 맡겨 주셨어요. 그래서 꽤 많은 것들을 은하와 만들어 갔던 거 같아요. 이런저런 장난도 치면서. 그래서 은하와 함께하는 날이면 좀 더 일찍 가서 웬만하면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노력했었죠. 어떤 날은 연기한 것보다 은하랑 너무 재미있게 놀아서 피곤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남편으로서의 모습은 아무래도 문채원 씨와 이런저런 생각들을 공유하면서 캐릭터들을 만들어나갔어요. 채원 씨는 굉장히 섬세해서 감정적으로 집중하는 것에 큰 힘을 가진 배우예요. 그래서 제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채워줬죠. 덕분에 마지막에 가서는 차지원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이준기.(제공=나무엑터스)
 
이준기의 팬들은 “이준기는 고난 길만 걸어야 한다”는 말을 할 정도로 극에 치닫는 연기를 잘한다며 칭찬을 한다. 감정 소모가 유독 클 거 같다는 질문에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유독 그 완급 조절을 하는 게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잘 표현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감독님의 노고가 컸다. 배우들과 함께 소통하고자 정말 많이 노력해주셨고, 전체적인 감정의 밸런스들도 잘 잡아 완벽한 완급조절을 해주셨다”며 “제가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리허설을 통해 지난 씬들을 복기해보고 어떠한 감정적 흐름과 고저가 설득력이 있을지 배우들과 함께 고민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문채원 씨 덕분에 좀 더 다양한 리액션을 그려볼 수 있던 거 같아 참 고맙다. 그리고 멋진 앙상블을 만들어준 배우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후반부에서 보인 감정의 폭발력이 시너지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는 모니터를 안 하는 대신 시청자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했다. 도현수가 느끼는 감정의 변주들이 어떻게 하면 더 아프고 애틋하게 전달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런 감정들이 허무맹랑하지 않고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신경 썼다. 그렇게 하나하나 고민하며 만들어 가본 거 같아요. 물론 정말 쉽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준기는 같이 연기를 한 김지훈과 군대 동기로, 극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김지훈의 연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으로 “지훈이 형을 안 지는 7-8년 정도 됐는데 연기를 함께해본 것은 이번에 처음이라 저 역시도 기대를 많이 했었다. 예전에 다른 작품에서도 한 번 만날 뻔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결국 함께하게 되면서 ‘우리가 만나려는 운명인가보다’ 하며 서로 신기해했다”며 “이번 작품에서는 지훈 형이 많이 힘들었을 거다. 중후반부터 극적 긴장감을 올리는 빌런이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촬영을 기다려야 했거든요. 정체가 공개된 이후에는 ‘역시나 칼을 갈고 있었구나’라고 느꼈다. 정말 좋은 자극이 많이 된 거 같다”고 밝혔다. 이어 “워낙 성격도 좋고 즐겁게 촬영에 임하는 스타일이라 함께 연기할 때 정말 즐거웠다. 심지어 씬을 분석하고 고민하는 작업 스타일도 잘 맞아서 전화로 아이디어 공유만 거의 한 시간을 하다 목이 쉰 적도 있다. (웃음) 개인적으로 이번에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좋은 작품에서 빛나길 바란다. 저에게 있어 정말 좋은 동료이자 좋은 형이다”며 김지훈에게 진심을 전했다.
 
이준기.(제공=나무엑터스)

이준기는 ‘악의 꽃’을 연기하면서 스스로 발전하고 깊어진 점으로 무엇을 느꼈을까.
“매번 작품 제안이 올 때마다 ‘내가 과연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깊이를 담아낼 수 있는 배우의 그릇인가’라는 고민을 항상 해요. 물론 그런 고민들이 저에게 또 다른 동기 부여를 제공하기도 하죠.
이번 작품 역시 저는 여전히 고민하고 있어요. ‘내가 잘 담아낸 건가, 그 그릇이 된 것인가?’.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작품은 저를 조금 더 확장 시켜준 계기가 됐다는 거예요. 어떤 작품과 작업이든 끝내고 나면 소중한 가치들이 남죠. 그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껴요. 좋은 분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쌓고,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이 크게 남죠.
 
그리고 저에게 ‘악의 꽃’은 우리가 과연 살아오면서 ‘악의 꽃’을 피울지 ‘선의 꽃’을 피울지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에요. ‘악의 꽃’이 더욱더 재미있었던 건 결국 누구도 절대 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인간 내면의 본질적인 고민을 많이 하고 스스로를 되돌아 볼 수 있던 거 같아요. 시청자 분들도 보시면서 그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린 악의를 가지고 살아본 순간이 없던가.“

‘악의 꽃’의 마지막 회에서 기억을 잃은 도현수는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차지원과 딸 은하와 함께 다시 살아보려고 노력을 하며 끝을 냈다. 이에 이준기는 극 중 도현수에게 “현수야 이제 새롭게 찾은 너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너만 바라보고 사랑해주는 지원이를 마음껏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네가 아프게 했던 거 다 잊을 정도로 아껴주고 사랑해줘. 그리고 은하도. 진심으로 네가 행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준기는 현재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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