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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칼럼] 송충이도 뽕잎을 먹을 수 있다!

  • [전북=아시아뉴스통신] 유병철 기자
  • 송고시간 2021-02-2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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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대한방직 터 개발 관련 인터넷 댓글을 읽고
(주)자광이 전주시에 제안한 전주익스트림관광전망타워 조감도./아시아뉴스통신DB

[아시아뉴스통신=유병철 기자] 옛 대한방직 터 관련 공론화 위원회의 권고안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그 동안 전주의 운명을 결정할 초대형 개발 계획을 둘러싸고 인터넷기사에 달린 각종 부정적인 댓글을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들 댓글의 요지는 이렇다.


...65만 인구의 지방도시에 153층 높이의 타워는 터무니없다. 서울이라면 모를까. 전주는 광역시도 아니고 한옥과 고층 타워는 더욱 어울리지 않는다...

결국 핵심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댓글을 보니 아무리 대한민국이 서울 중심으로 돌아간다지만 전주는 그동안 지방도시로서의 운명에 익숙해진 나머지 패배주의가 너무 깊게 배여 지방도 국제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부산만해도 2000년대 초반부터 직접 CNN에 광고를 내고 국제적인 도시로 도약했는데 후백제의 수도였던 전주는 왜 지방도시로 만족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들은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 한다며 자조(自嘲) 하지만 전주는 후백제 때 이미 나비가 된 적이 있었으니 이제는 깨어날 때도 되었다.

이에 153타워 관련 인터넷 기사에 달린 회의적인 댓글 중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짚어 보고자 한다.

1. 작은 회사라 안된다?
한마디로 들어보지도 못한 작은 기업이 전주에 없던 조단위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니 사업능력에 의심이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자광은 그 동안 경기도와 세종에서 나름 큰 사업을 성공시킨 기업임을 알 수 있다.

자광이 그동안 진행한 사업에서 불법행위가 있었을 경우 문제 삼을 수 있지만 단순히 귀에 익은 대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의심부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근거없이 색안경만 끼고 보면 미약하게 시작해 성공한 수 많은 벤쳐기업의 성공을 이해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자광의 자금력을 문제삼아 지나친 대출을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부족한 자금력을 보충하기 위해 대출받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 기업은 위험부담을 안고 투자를 유치하여 사업을 하는 것이며 그에 대한 댓가로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다.

타고 난 금수저가 아닌 이상 일반 직장인도 작은 아파트나 가게를 구할 때에는 대출이 필요한 경우가 흔하다. 이때 대출받은 금액이 많다고 해서 이를 투자해 만든 내 재산이 전부 은행 것이라 할 수는 없다.

하물며 대한민국에 대출없이 자기 자본으로만 사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난한 송충이는 분수에 맞는 솔잎만 먹어야 한다"는 말에는 "서민은 부자가 될 꿈을 꾸지 말라"는 기득권층의 무서운 논리가 숨어 있다. 금수저를 옹호하는 논리로 개천에서 나온 용을 비판하는 것은 기회의 땅을 만들어야 하는 21세기 대한민국에 바람직하지 않다. 전주는 더욱 그런 곳이 되어서는 안된다.

153타워계획은 자광이어서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기업이든 국제적인 사업의 기점으로 전주를 선택한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전주라서 국제적인 것이 가능하다"는 메세지는 어쩔수 없이 전북을 떠나는 젊은이들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중한 의미가 있다.

패배주의에 익숙해 독자적 국제감각을 잃은 전주의 지식인, 언론인, 정치인들은 이 지역 후손들의 미래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후백제 수도의 기상을 잃고 언제까지나 "과거에는 지방 몇 대 도시였다"는 추억에만 젖어 있을 수 없다.

2. 배후에 대기업이 있어 안된다?
일부 시민단체는 자광이 주로 롯데건설과 사업한 내역을 들어 자광 뒤에 롯데가 있다며 반대한다. 그러나 건설영역에서 규모가 영세한 시행사가 덩치 큰 대형 건설사를 시공사로 지정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드문일도 아니다.

또한 같이 일하면 손발이 맞아 시행착오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이를 문제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일이 손에 익은 일꾼을 매번 다른 사람으로 바꾸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 일부에서는 롯데가 부산에서 진행한 롯데타운타워를 예로 들어 전주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 예단한다. 즉 타워는 짓지 않고 아파트 사업만 하려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업주관사인 시행사와 시행사로부터 건설의뢰를 받아 설계도면대로 건축만 하는 시공사를 구분하지 못해 생기는 오해일 뿐이다.

인터넷만 봐도 과거 부산롯데타운타워의 시행사는 롯데쇼핑으로서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같은 그룹소속이라 두 곳 모두 도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전주 대한방직터 개발 시행사인 자광은 롯데쇼핑과는 다른 기업이다. 단순히 건설사가 같다고 해서 롯데쇼핑의 도덕적 책임을 자광에게 물을 수 없다. 자광의 도덕성은 부산롯데타운타워가 아닌 세종과 경기도에서 추진한 사업에서 찾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만약 자광이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시공사로 롯데건설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부산롯데타운사업과는 무관하게 판단해야 한다. A쇼핑몰이 B쇼핑몰과  같은 택배사를 이용해 물건을 배송한다고 해서 A기업의 도덕성을 B에게 물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또한 대기업이라면 무조건 배척하는 이지역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오히려 우리 지역 내 대기업을 키우지 못한 배타적문화를 되돌아봐야 한다.

흔히  대형마트가 지역상권을 죽인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온라인쇼핑이 일상화된 요즘, 눈에 보이는 대형마트는 비판해도 정작 지역상권에 치명적인 온라인쇼핑몰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없다. 더욱이 이들 온라인 쇼핑몰은 대부분이 외지업체로서 이 지역에 매장을 두지도 않아 대형마트처럼 직원채용도 없고 투자는 더욱 없다. 사정이 이러한데 눈에 보이는 손쉬운 타겟만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

또한 일부는 대형마트가 전주에서 번 돈을 서울로 빼내기만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전주시민이 대형마트에서 더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함으로써  아낄 수 있는 직접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당장 만원짜리를 구천원에 살 수 있다면 소비자는 천원을 아낀 것이고 이는 곧 지역 내 추가 구매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추가로 날씨에 무관하게 쾌적하게 쇼핑함으로써 얻어지는 무형의 이익도 있다.

대기업을 적대시하면서 이 지역에서 대기업이 나오길 바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정작 출퇴근시 대기업이 만든 차를 타고 핸드폰을 사용하면서 롯데건설은 비판하고 같은 계열사이면서 전주시내 도처에 깔린 롯데시네마, 롯데리아, 롯데제과 제품에 입을 다무는 모습은 설득력이 없다.

3. 너무  높아서 안된다?
전주 풍경의 기준은 모악산이다. 모악산은 동쪽 무진장 산지와 서쪽 김제평야의 한가운데 우뚝솟아 전북의 주산으로서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선박으로 비유하면 배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밸러스트(ballast: 바닥짐)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악산 밑 북쪽으로 펼쳐진 것이 전주시가지이다. 과거 전주는 건지산,가련산, 서산, 완산,기린봉 등으로 둘러싸인 작은 곳이었으나 지금은 시가지가 확장되어 에코시티와 혁신도시가 생겨난 후 시내의 중심이 효자동 신시가지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위치한 것이 옛 대한방직 부지인 것이다.

자광이 제시한 153타워는 바로 그 자리에서  전주시가 21세기 국제적인 도시가 되기 위한 항해에 서 돛대 역할을 할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현재 자광이 제시한 153타워는 높이가 470미터로 알려져 있다. 타워 높이만 보면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전주 풍경의 기준 배경인 모악산의 높이가 793미터인것과 비교하면 황금비율인 8:5에 가깝다. 모악산과 조화될 수 있는 높이인 것이다.

또한 그 밑으로 60층 높이의 아파트가 바로 펼쳐지고 주위에 이미 건설되어 있는 45층 아파트가 늘어서 있어 전주 중심부의 스카이라인은 어느 정도 균형감있게 형성될 수 있다.

어차피 전주시가지의 한쪽 끝인 혁신도시에는 이미 45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 서 있고 반대쪽 끝인 에코시티에도 곧 45층 아파트 단지가 완공된다. 따라서 이후 효자동 신시가지에 이보다 높은 60층과 153타워가 들어서면 전주의 뒷 배경인 모악산과 어울려 전주시 전체 스카이 라인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인구가 43만에 불과했던 마카오는 지난 2001년에 현대건설로부터 338미터의 마카오타워를 만들었다.  2007년에는 카지노 매출에서 미국 라스베가스를 추월했고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전주와 비슷한 67만 인구에 1인당 GDP는 8만 단러를 넘겼다.

중국본토를 배경으로 한 마카오를 직접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 전주를 제외하고도 전북 내 100만 인구가 있고, 코로나 이후 세계를 향해 국가거점관광도시를 지향하는 전주가 20년 전 43만에 불과 했던 마카오가 시도한 비슷한 도전을 하는 것이 무모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전주는 인구만으로 평가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니다. 해발 높이는 낮아도 다른 산맥에 종속되지 않고 들판에 우뚝솟아 큰 산 악(岳)자를 쓰는 모악산과 같다.

어쩌면 이러한 독자성 때문에 그 옛날 후백제가 있었고 조선시대에는 당당히 서울과 다른 목소리를 냈던 정여립과 전봉준이 가능했으며, 최근 몇  년 동안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전주만의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행정정책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민간경제 분야에서도 전주만의 국제적인 사업이 탄생할 수 있어야 한다.

옛 대한방직터 개발 계획에 대한 댓글을 보며 이제는 전주에서 뽕잎을 먹는 송충이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 전주 시민 임필성

ybc91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