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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우리가꿈꾸는교회 김병완 목사, '한 사람이 만족하는 방향으로'

  •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 기자
  • 송고시간 2021-04-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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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우리가꿈꾸는교회 김병완 담임목사.(사진제공=우리가꿈꾸는교회)

한 사람이 만족하는 방향으로

“목사님.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만약 예배 시간이 바뀐다면, 저희는 오전에 봉사를 마치고 예배시간 중간에 들어와야 할 것 같습니다.”


전세대예배를 드리기로 하면서 한 가정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본래 우리는 오후에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예배와 소그룹을 나누면서 예배시간을 오전으로 조정하니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긴 것이다. 이 가정은 본래 주일 오전에 외부 봉사가 있었다. 코로나로 안 하시는 줄 알았는데, 상황이 좋아지면 또 해야하는 형편이었다. 듣고 보니 향후 1년 동안은 빠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 교회에  두번째로 와준 가정이고, 지난 1년 동안 제자훈련도 두 부부가 성실하게 이수했다. 개인적으로도 오래 알고 지내신 분들이라 참 고마운 분들이었기에 사실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더 먼저 상의를 드렸었고, 어느 정도 방법을 찾았다고 생각해서 12월 말 예배 시간에 광고했는데 주중에 연락이 온 것이다.

이미 광고는 나갔다. 당시 우리를 포함해 네 가정이 모이는 상황이었고, 교회를 나와보겠다고 하는 분들이 몇 분 계시던 중이었다(물론 결국 오시지 않았지만). 연말에 바뀐 예배 시간과 취지를 공지했는데 새해 첫 주부터 다시 본래대로 하자고 말하는 것도 담임을 하고 있는 목회자로서 면이 서지 않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기존의 시간대로 하면 전세대예배나, 예배와 소그룹의 분리는 당분간 미뤄둬야한다고 생각했다. 예배와 소그룹 시간 사이에 점심식사를 함께 해야 환기도 되고, 공동체성도 강화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가정의  상황을 고려하면 예배 시간 변경을 미뤄야했고, 다른 가정들을 생각하면 새로운 시간으로 예배를 드려야 했다. 이미 공지가 나가기 전이었다면 미루는 것이 그래도 쉬웠겠지만 이제는 노를 어떻게 저어야 할지 빨리 결정해야 했다.

사실 나는 이 방향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높은 가치를 위해서 상대적으로 작은 가치를 포기해주시기를 처음부터 내심 바랬다. 그러나 사람마다 내게는 작아보이는 일이 그 사람에게는 매우 큰 것이 있는데 이 일이 그랬다. 그러기에 처음 전세대예배에 대해서 성도들과 비전을 나누면서 혹 어떤 가정에서 예배 시간 변경이 불가능해 못 오시게 된다면 그것은 그때가 우리가 서로를 보내줘야할 때라고 생각했다.

직감적으로 그날이 왔음을 알았다. 원치 않았지만, 예상 보다 빠르게 온 이 시간을 담담하게 맞을 각오를 했다. 그동안 함께한 시간을 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함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그동안 나누던 복음이 생각났다.

“우리 쪽에서의 성취가 아니라, 하나님 쪽에서의 이루신 일”들을 노래해왔던 시간들이 생각났다.

그래서 말씀 드렸다.

“예배 시간 변경을 미루죠. 저는 이 선택이 우리가 말해온 복음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1년이면 되는거죠? (웃음)”

어떤 분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냥 하시지 그랬어요. 모든 사람들이 만족하는 선택이란 없지 않습니까? 어떻게 한 가정 때문에 예배 시간을 다시 바꿉니까?’

정말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나는 한 가정의 편을 들어서, 모든 가정에게 번복을 해야 했으니 편향되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일관성이 없는 우유부단한 목회자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그런데 그날 오후 문자가 걸려왔다.

“목사님. 원래 계획대로 하시죠. 목사님 말씀처럼 예배와 소그룹을 나눠서 하려면 그 시간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저희 일은 저희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께요. 목사님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 사람이 만족하는 방향을 선택했는데,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가 나왔다.
내가 양보하니, 성도님들은 더 많은 양보를 해주셨다.

만약 어느 쪽이든 억지로 했다면, 양쪽 다 만족한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복음은, 우리가 할 수 없는 희생을 하게 하며, 아무도 희생당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한다. 우리는 복음 안에서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

jso848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