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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계곡 살인' 이은해, '사이코패스 검사' 최고 점수에도 감형 못받는 이유

  •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최상기 기자
  • 송고시간 2022-09-1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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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뉴스통신=최상기 기자] 재판 중인 이은해가 PCL-R 검사에서 기준점을 웃도는 31점을 받으면서 이은해의 형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즉,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형량이 감경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인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은해의 사이코패스 여부는 범죄의 잔혹성을 판단하는데 참고가 될 뿐, 양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오늘은 지난 9일 진행된 이은해의 11차 공판내용과 이은해의 PCL-R 검사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인천지법


인천지법 형사15부는 지난달 26일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의 11차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법정에는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이은해의 PCL-R 결과를 공개했는데요.

이 교수는 "이은해의 점수가 굉장히 높게 나왔는데 31점이었다”며 “영미권 국가에서는 30점이 기준이고, 한국에서는 25점 이상이면 성격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해에게 사이코패스 성향뿐 아니라 자신밖에 모르는 자기도취적인 성격 문제도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이은해와 조현수.(사진=SNS)

이은해는 반사회성 등 2개 부분에서는 만점에 해당하는 점수가 나왔습니다. 

대인관계나 생활양식 등도 피해자와 착취 관계를 형성했고 이은해가 스스로 경제활동을 해서 생존한 게 아니었던 점 등에 의해 점수가 높았습니다.

이은해가 PCL-R에서 높은 점수가 나왔지만, 실제 형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사이코패스가 심신상실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정신장애나 정신증이 아니고, 사이코패스 자체가 심신미약 기준에 포함돼있지 않으므로, 무죄를 받기는커녕 감형 조차도 불가능합니다. 
 
사진=SNS

게다가 사이코패스는 정신이 혼란된 상태에서 저지른 것이 아니므로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사이코패스가 정신장애로 인정되더라도 감형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윤호 동국대 명예교수는 “사이코패스라는 사실이 법원의 양형 결정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범행 동기 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일부 참고사항이 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 연구위원도 “사이코패스 여부는 재범 가능성이나 범행의 잔혹성, 정황 증거로서의 기능에 그친다”며 “심신이 미약한 경우 법원이 참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이코패스는 오히려 사물에 대한 변별력이 뛰어난 만큼 심신미약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PCL-R 결과가 사이코패스의 기준인 25점보다 높게 나와도 심신상실로 볼 수 없다는 국내 판례도 있습니다. 

대전지법은 2018년 ‘오사카 신혼여행 아내 살인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 26점(40점 만점)으로 높은 수준의 반사회성 성향이 드러나긴 했지만, 피고인이 망상장애, 조현 관련 장애, 양극성 장애 등 정신이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신장애를 앓은 적이 없다”며 피고인의 심신상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2019년 10월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이은해의 경우 PCL-R이 직접 면담을 통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뢰도에 대한 한계도 지적됐는데요. 

실제 이수정 교수는 법정에서 “이은해를 만나지 않고 수사기록, 과거 전과기록, 생활 기록 등을 토대로 20개 문항의 채점표에 의해 검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은해와 조현수.(사진=아시아뉴스통신DB)

이에 피고인 측 변호인이 사이코패스 검사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이 교수는 “이은해가 사이코패스 성향이라고 했지, 사이코패스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은해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검사한 PCL-R의 신뢰도는 어떨까요?

인터넷에 있는 PCL-R 검사표를 풀어서 여러분 스스로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이 PCL 테스트는 정신과 의사 등 둘 이상의 전문가가 한 인물에 대해 면밀히 살피고 그 문항에 점수를 매겨 그 평균값으로 사이코패스인지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즉, 사이코패스에 대한 진단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테스트처럼 질문 문항을 보고 자기가 스스로 답하는 자가설문형 테스트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PCL-R 테스트는 심리학에 관해 약간의 지식만 있으면 이 테스트 결과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낼 수가 있어 큰 신뢰를 받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PCL-R 검사 자체가 성격 중심이 아니라 행동 중심으로 평가한다는 겁니다. 

즉, "어떤 행동을 주로 하는가?" 평가하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성격적인 분류가 모호합니다. 

덕분에 기본적으로 조작적이고 거짓말을 잘하는 사이코패스적 성격 특성상 전문가 평가로도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편입니다. 

게다가 PCL-R의 항목들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유사한 측면이 많아서 분류하는 데도 애매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사이코패스성격장애종합평가 CAPP라 불리는 평가도구가 각광받고 있는데요. 

기존의 PCL-R 검사는 행동 평가를 중심으로 반사회적 행동, 무감각한 반응 등을 혼재해서 측정하느라 단순한 진단 도구로밖에 역할을 못했습니다.

그러나 CAPP는 평가 항목을 각 성격적 특성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르는 구체적 행동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짓말을 자주하면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려 시도한다면 영향력(dominance)이 높다고 판단하며 사기(fraud)와 높은 연관을 보일 것이라 예측하는 겁니다. 

따라서 PCL-R처럼 단순한 현재 상태 평가보단, 성격에 따른 분류와 구체적 예측이 가능합니다.

정리하면, 사회적 관심이 높은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범죄자의 사이코패스 여부에 관심이 높지만, 실제로는 모든 사건에서 PCL-R를 하는 것도 아닌데요. 

실제로는 범죄자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중심으로 쓰이고, 법적인 효력은 전혀 없습니다.

이은해의 경우에도 PCL-R 검사결과 사이코패스 성향이라고 진단 결과가 나왔지만, 이은해가 곧 사이코패스라는 결론이 도출된 것은 아니고, 사이코패스 성향 또는 사이코패스라 하더라도 이은해의 양형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겁니다.

오로지 자신의 이익과 쾌락을 위해 남편 윤 씨의 인생을 나락으로 내몰다 결국 목숨을 잃게 만든 이은해와 내연남 조현수에 대해 재판부가 엄벌을 처하길 바랍니다. (유튜브 문화골목) 

inchu5509@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