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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제일교회 이준효 원로목사, '한 장의 사진'

  •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오준섭 기자
  • 송고시간 2022-11-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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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제일교회 이준효 원로목사./아시아뉴스통신=오준섭 기자

                 ♧ 한 장의 사진 ♧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의 작은 마을에서 자란 다섯 명의 젊은이들이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큰 도시로 갔다. 그들은 수년 동안 객지 상활을 하면서 그 도시가 자신들이 살았던 옛 고향 마을과는 너무도 달라 생소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유혹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이들이 이전 집으로 돌아왔을때, 다섯 중 네 명은 몸과 마음과 정신세계가 거의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한 젊은이만은 외지에서의 모든 시험을 통과하여 더욱 강하고 훌륭한 청년이 되어 돌아왔다. 고향에 남아 있었던 한 친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해서 다른 네 명의 친구들처럼 되지 않고 그토록 의젓하고 믿음직스럽게 자신을 잘 관리할 수 있었는가?"라고 말이다.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내가 어찌 저 친구들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다만 힘든 객지 생활이었지만 내가 집을 떠날 때 간직했던 한 장의 사진이 있었기에 중심을 똑바로 잡고 산 것 뿐이라네."

    "아, 그래? 틀림없이 어느 아리따운 처녀의 사진이었겠지, 안 그런가?", "어, 이 친구, 무슨 그런 말을, 아닐쎄. 그런 사진이 아니라네. 내가 말하는 사진이란 자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종류가 다른 사진이었다네." 청년은 자못 진지해지면서 잠시 옛 생각을 떠올리는 듯했다. 그러고는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내가 집을 떠나던 날 아침이었어. 우리 가족은 여느 때처럼 조반을 먹기 위해 식탁에 둘러앉아 있었지. 아버지는 이쪽 끝에, 그리고 어머니는 저쪽 끝에..., 모든 것이 보통 때와 똑같았지만 우리 가족들은 나의 유학으로 인해 그동안 이어져 온 가족 간의 유대 관계가 단절될 수밖에 없다는 걸 실감하고 있었다네"

    그래서 그날 아침엔 늘 식탁 위를 오가던 활기찬 대화도 거의 끊어져 있었다네. 아침 식사 후, 아버지는 우리 집의 오랜 전통대로 낡은 성경 책을 펼치시고는 한 장(章)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셨어. 하지만 많이는 읽지 못하셨지. 목이 메이고 눈물이 앞을 가려서 계속 읽으실 수 없어셨던 거야."

    "그래서 아버지는 성경을 어머니께 넘겨 주시며 마저 읽으라 손짓을 하셨다네. 어머니가 성경을 다 읽으신 후 우리는 모두 무릎을 꿇었지. 여느 때처럼 아버지가 기도를 시작하셨는데, 역시 목이 메어서 얼마 못가 중단하실 수밖에 없었어. 그러자 어머니는 내 어깨에 손을 얹으시고 이렇게 기도하셨지."

    '오, 하나님, 우리 아들로 인해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아들로 인해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당신께서 이 아이를 진실되고 신실하게 키워 주셔서 이제 이 믿음의 가정으로부터 그를 안심하고 바깥세상으로 내보낼 수 있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부디 이 아이를 깨끗하고 순전하게 지켜 주셔서 앞으로도 그의 발이 하나님의 길에서 결코 빗나가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소서. 그래서 이 아이가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올 때에 오늘처럼 순전하고 성실한 청년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옵소서.'

    "힘든 객지 생활을 하면서 나는 이 사랑에 넘친 어머니의 기도와 아버지의 눈물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네. 친구, 바로 이것이 내가 집을 떠나면서 가지고 나온 사진이었지. 친구, 난 믿음의 가정만이 보여 줄 수 있는 그 아름다운 광경을 내 가슴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한 장의 사진으로 찍어 갔던 거라네."

    그저 평범하면서도 소소한 이야기 같으면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야기다. 아니 하염없이 부끄럽고 진지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이기에 지우개가 있다면 말끔하게 지워버리고 다시 인생을 시작하고프도록 부질없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참 모범적인 가정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예수님은 사랑하는 제자 베드로에게 당신의 양들을 목양(牧養) 하되 순교의 현장까지 가야 할 것임을 그의 각오에 새겨 주셨다(요 21:19). 이에 베드로는 사도 요한을 들먹거리며 그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고,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그저 너는 너의 갈 길을 가라고 하셨다.

    뜬금없이 질문한 베드로였지만, 베드로는 이 사진 한 장 들고서 과연 순교에 이르기까지 "목양 일념(牧羊一念)" 하지 않았든가! 비단 베드로뿐만 아니라 모든 제자들이 베드로와 동일하게 천하에 두루 다니며 모든 족속을 가르쳐 제자 삼으라는 분부 사진 한 장에 인생을 걸었었다.

    오늘은 이 대목에서 그대 인생의 여백을 꽉꽉 채울 사진 한 장 찍어 보자. 여호수아는 요단강을 도하한 후 세겜에 진을 치고 약속의 가나안 정복에 앞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한 장의 사진을 내밀었다. 조상들이 강 저편에서 섬기던 우상이냐? 너희를 여기까지 이끄시고 계속해서 너희를 이끄실 하나님이냐?

    너희는 오늘 선택하라!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수 24:15)라고 말이다. 그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위 이야기 속의 한 청년처럼 여호수아가 내민 사진 한 장 가슴에 품고 심장에 새겼더라면 그들의 미래는 결코 만신창이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를 향해 그들의 심비에 새겨진 사진 한 장을 꺼집어내어 그들의 존재감을 재인식 시켰다(고후 3장).

    사도 요한은 밧모섬의 유배 중에 주께서 보여 주신 장차 완성될 구속사의 완결 편(요한계시록)을 읽고 듣고 지키는 자에게 영복(永福)의 실재라며 한 장의 사진에 담아 소망의 푯대로 세웠다. 그대는 읽고 듣고 지키는가? 푯대는 바라봄을 넘어 반드시 도달해야 할 목표다. 그 길은 곧지만 험난하다. 

    그러기에 요한이 내민 한 장의 사진 잊어서도 찢어서도 버려서도 안된다. 위 이야기 속의 네 명이 걸었던 만신창이의 길은 그대가 가서는 안 될 길이다. 오롯이 한 청년이 한순간도 놓지 않았고, 찢지 않았고, 버리지 않았고, 잊지 않았던 한 장의 사진에 의존했던 것처럼 그대 역시 사도 요한의 곧은 길만 의존하길 축복한다.

jso848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