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패러다임, ‘본립도생’으로 전환을./아시아뉴스통신 DB |
[아시아뉴스통신=윤자희 기자] 다 알고 있기에 식상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선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이다.
필자는 ‘본립도생(本立道生)’을 꼽고 싶다. ‘기본이 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반대로 기본이 튼튼하지 않으면 진보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본립도생’ 역시 추상적인 표현이다. 분립도생 교육 패러다임을 구체화한 교육 방법을 개발하고 체계화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본립도생 교육방법이 중요함을 시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능만점을 받아 서울의 명문대 의대에 재학 중인 의대생이 헤어진 여자친구를 살해한 끔직한 사건이 발생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를 꿈꾸는 자가 남의 생명을 빼앗는 살인자가 됐기 때문이다.
장차 ‘어진 기술(인술·仁術)’을 펼칠 의사가 될 우수 인재가 여자친구를 살해하게 된 동기와 방법 등은 경찰 조사 결과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 결과를 떠나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인명을 경시하는 의사를 양산하는 작금의 사회가 교육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의문을 갖는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그 어떤 직업보다 인성이 중요하다. 결코 의사가 되어선 안 될 사람이 의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현실 그 자체가 우리의 교육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아닐까. 금번 의대생의 살인사건은 성적을 최우선 하는 교육의 폐해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성적만을 최우선시하는 교육 방식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될 시점이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시대가 있었다. 모두가 어려웠던 전후(戰後) 시절, 서울대 합격이나 사법고시 패스 등은 최고의 계층으로 상승할 수 있는 이른바 ‘신분 사다리’였다. 성적으로 사람을 측정한다는 시험의 논리는 공정성 확보라는 긍정적 명분 때문에 ‘시험 만능주의’가 가져오는 부정적 비판을 애써 외면해왔다. 신분, 성별, 학력, 사회경제적 처지 등 수많은 불평등한 외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시험으로 쟁취한 출세는 모든 것이 허용되는 특권과 차별을 가져져왔고, 사회는 이를 용인했다. 시간의 흐름만큼 어둠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지난해 3월 한국노동연구원의 ‘고소득 전문직 일자리 배분의 공정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약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부모와 자녀 세대 간 일자리 대물림 양상은 약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비스·판매직 또는 농어민,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부모의 자녀가 고소득 전문직에 진입할 확률 16~18%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금수저, 흙수저 등 ‘수저계급론’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지역 특목고 학생 4명 중 1명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아이들이고, 영재학교 입학생 70%가 ‘수도권’ 출신이다. 서울대 입학생 가운데 특목고·자사고 출신과 고소득층 자녀 비율이 높다는 뉴스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짧은 기간 근대화와 산업화로 사회적 발전과 경제적 성장을 주도한 ‘교육’의 역할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학교 교육은 ‘봉사’와 ‘예체능교육’을 통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전인·창의교육에 앞장서기 보다는 ‘국영수’ 주요 과목의 비중에 함몰된 입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입시 중심의 시험 준비 학교로 전락해버렸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의 공교육 문제는 기본 인성과 기초 역량을 갖춘 미래 인재 양성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물론, 공교육 정책의 변화만으로 이를 극복할 수 없다. 가정에서는 자녀가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존중과 공감 능력을 키워주고, 학교에서는 학문적 지식과 함께 사회적 책임감과 윤리적 사고 함양 등 전인교육을 실시하고, 국가는 시대 변화를 주도하는 교육정책으로 빈틈없이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가정과 학교, 국가 모두 ‘본립도생’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각자의 영역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로 발전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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