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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분열되는 정국, '진실한 자, 진실치 못한 자'

  • [경기=아시아뉴스통신] 고상규 기자
  • 송고시간 2019-10-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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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몆해전 개인적 친분이 있는 대선배님을 만나 뵌 적이 있다. 그 분과 식사를 하게되면 빠질 수 없는 한가지가 바로 소주다. 소주에 현 의미를 섞어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마치 마비된 혀속에 윤활류를 바른 듯, 서로의 이야기는 장단처럼 흘렀고 이른 새벽에서야 끝을 맺었다.

당시 나눴고 들었던 선배님의 의미 있는 '옛날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최근 분열되는 정국속에 누가 진실인지 알고는 싶지만, 사실 그닥 알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상식적인 선에서 '해야만 하고, 하지 말아야 하고, 내 자신 스스로'라는 말은 새삼 떠오른다. 


옥황상제(玉皇上帝)가 염라대왕(閻羅大王)을 불러 '진실하지 못한 자(者)'를 명부(冥府)로 불러 당장 응징하라고 지시하자 염라대왕은 주저했다. 옥황상제가 진실하지 못하다고 지목한 자는 합리적인 양심과 철학을 갖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염라대왕은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옥황상제는 단호했다. 자신을 배신한 자의 언행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옥황상제의 명(命)을 거역할 수 없었던 염라대왕은 결국 저승사자를 시켜 '진실하지 못한 자'를 불러오도록 했다. 저승사자 역시 진실하지 못하다고 낙인찍힌 자의 행동을 잘 알고 있었다. 염라대왕의 명을 어길 수 없던 저승사자는 꾀를 냈다. '진실하지 못한 자'를 염라대왕 앞으로 끌고 가지 않고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연옥으로 데리고 간 것이다. 그리곤 염라대왕에게 전했다. '진실하지 못한 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연옥에 고립돼 있던 '진실하지 못한 자'는 수많은 날을 고통으로 보냈다. 그러던 중 이승에서 자신을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힘을 얻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연옥을 탈출해 옥황상제의 잘못된 판단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의무라고 느꼈다. 또 이웃들에게 자신은 진실하지 못한 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야 했다. '진실하지 못한 자'는 연옥을 탈출해야만 했다. 그의 목적지는 지옥도, 천국도 아닌 이승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연옥에서의 탈출에 성공했다. 이승에 도착한 '진실하지 못한 자'는 이웃들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자신이 결코 '진실하지 못한 자'가 아니라는 확신도 했다. 자신이 진실하지 못한 자가 아니었기에 이웃들이 자신에게 이렇듯 강한 애정을 보내주는 것이라는 확신도 했다.

한편 옥황상제는 더욱 노여웠다. 이승에서 '진실하지 못한 자'의 응징이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옥황상제는 그럴수록 자신의 곁에 호위무사들을 겹겹이 포진시켜야만 했다. 옥황상제는 입 속의 혀처럼 움직여주는 자신만의 진실한 사람이 필요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옥황상제는 칼을 빼들었다. 자신의 뜻과 다른 자들을 심판해 달라고 나섰다. 

호위무사들은 눈엣 가시처럼 여겼던 자들을 향해 칼을 휘둘러댔다. 옥황상제의 뜻과 조금이라도 다르거나, 옥황상제 이외의 다른 황제를 섬겼던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눌러댔다. 이 과정에서 살생부(殺生部)가 나도는가 하면 무지막지한 막말도 난무했다. 태초의 세상처럼 혼돈 속에 빠져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이승에 있는 선량한 사람들은 옥황상제와 그의 호위무사들에게 등을 돌렸다. 아니, 오히려 비난했다. 옥황상제의 날카로운 눈빛도 두렵지 않았다. 호위무사들의 칼춤도 비웃었다. 선량한 사람들이 외면하기 시작하자 옥황상제의 제압적인 눈빛과 호위무사들의 칼날은 무뎌졌다. 분위기가 싸늘해진 것을 느낀 호위무사들은 결국 무릎을 꿇었다. 선량한 사람들이 없으면 자신들의 위압은 사용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군림하기 위해서는 잠시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가랑이 사이로 기어들어간 중국 한(韓)나라 명장 한신(韓信)장군을 생각하면서, 그러나 한번 떠난 선량한 사람들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이들의 오체투지 석고대죄는 한바탕 쇼로 보였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조국'이라는 이름을 외치고 '패스트트랙'이라는 팻말을 들고 밖으로 나오고 있는 현실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치권은 올바른 해석을 해야만 한다. 이 것을 이용하고 각자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오인하는 해석이 계속 따른다면 국민들로부터 더 큰 화가 뒤 따를 것이 분명하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모든 권력은 정치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닌 오직 국민에게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정치권과 사법부에 거듭 기대해 본다.

고상규=sang0100@media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