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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치악산 리뷰... 기대한 건 곡성 곤지암, 결과물은 맨데이트

  •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서인수 기자
  • 송고시간 2023-09-18 13:10
  • 뉴스홈 > 영화/공연


 
영화 치악산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아시아뉴스통신=서인수 기자] 자, 지금 저는 심각한 내상을 입었습니다. 어쩌면 당분간 영화를 보지도, 영화리뷰를 하지도 못할 것 같습니다.


이유는, 영화관에서 치악산이라고 하는 영상물을 봤기 때문인데, 내상도 내상이지만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더 문을 봤을 땐, 올해 최고의 망작이라고 생각했었다가 보호자가 나온 뒤, 올해를 대표하는 최악의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치악산을 보고 난 지금은, 더 문과 보호자가 명작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더 문과 보호자는 나름대로 신파와 SF, 액션 누아르라고 하는 장르에 충실했고 어설펐지만 기승전결은 있었는데, 치악산은 모든 것이 무너진 이상한 영상물이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치악산은 올해를 대표하는 망작 후보 중 하나입니다. 아직 차박을 못봤기 때문에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이 영상물보다 못만들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마케팅에 낚이지도, 별점 알바에 낚이지도 마시고, 제발 이 영상물을 관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돈 주고 약 1시간 반 동안 짜증을 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저는 오늘 영상에서 치악산의 결말까지 모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굳이 영화관에서 시청하셔야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영화 치악산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사실 이 영상물에 대한 노이즈 마케팅은 너무 노골적이었습니다. 

이른바 '치악산 괴담'을 다룬 영화를 제작한다며 제목에 '치악산'을 내걸었는데, 관할 지자체인 원주시가 상영금지 가처분까지 신청했지만 결국 기각됐습니다.

치악산에서 18토막이 난 시체가 발견됐다는 게 이른바 '치악산 괴담'인데, 사실 실체가 없는 괴담으로, 제작사 측이 지어낸 이야기라는게 중론입니다.

결국 일부러 시비 걸릴 제목을 내걸어서 시끄럽게 해 입소문을 낼 생각이었는데, 완벽하게 실패했습니다.

괴담을 소재로 해 나름의 성과를 낸 영화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졸업하지 않고 수십년째 졸업사진에 찍힌 여고생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여고괴담' 부산 해운대구 장산의 '장산범'을 소재로 한 '장산범'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치악산 제작진은 굉장히 괘씸하게도, 원주시민도 모르는 이야기를 괴담이라고 지어냈고, 그렇게 지어낸 괴담으로 말도 안되는 이상한 영상물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재판부는 미처 영상물을 보지 못하고 '표현의 자유'를 근거고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재판부가 이 영상물을 봤다면 분명히 가처분을 인용했을 거라 확신합니다.

원주시와 치악산국립공원 측은 당장 이 영상물 제작사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시기 바랍니다.

치악산에서 토막살인 시체가 발견됐다는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든, 그림을 그리든 표현의 자유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마치 그런 '괴담'이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마케팅을 한 것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제작사조차 이 영상물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치악산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많이 경험해보셨겠지만, 난생 처음들어보는 여배우가 영화에서 엄청난 노출을 했고, 수위가 어마어마 했고 뭐 이런 내용의 언플을 하는 영화는 대부분이 망작입니다.

자체 시사회에서도 도저히 좋은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면, 결국 기댈 수 있는 것은 자극적인 노이즈 마케팅에 의한 오픈빨 밖에 없다고 생각한 겁니다.

아주 계획적인 노이즈마케팅부터 철저하게 부셔져버린 이 영상물은,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공포영화의 요소를 1시간 30분동안 하나씩 하나씩 스크린에 옮기는 어리석은 우공이산을 실행에 옮깁니다.

1. 남녀 대학생이 모여 한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텍사스전기톱연쇄살인사건)

2. 주인공에게 거기 가면 안돼 하는 노망난 노친네가 나온다. (데드캠프 리부트)

3. 숲 속 허름한 별장이 살인사건의 주무대가 된다. (이블데드)

4.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다.

5. 남녀가 섹스를 하거나 시도한다. (스크림)

6. 점프 스케어로 관객을 놀래킨다. (여고괴담)

7. 짐승의 시체로 두려움을 유발시킨다 (13일의 금요일)

8. 아 시발 꿈 (나이트메어)

9. 등장인물 중 하나가 갑자기 급발진해 무리를 이탈하다 사망한다 (데드캠프2)

10. 순결하거나 순수한 여자주인공은 반드시 산다. (스크림)

아니, 이미 10년 전에 캐빈 인더 우즈에서 드류 고다드 감독이 이런 공포영화 클리셰 다 모아다 한꺼번에 부셔버렸었잖아요.

10년 전이에요 10년전. 이런 이상한 영상물을 만들어낸 김선웅 감독은 도대체 어느 시대를 살다 온 겁니까? 

기존 클리셰를 답습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생각없이 이전에 있던 영화를 베낀 것 같은 장면이 연이어서 나오다보니 그나마 가장 관객들이 놀라야 하는 점프 스케어 신에서조차 관객들이 예측하는 바람에 도저히 공포조차 느낄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이 열가지를 모두 이어 붙이면 치악산의 줄거리가 되는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입니다. 진짜. 저 10가지 다 이어붙이면 그게 치악산의 줄거리 전부입니다.

빈약한 이야기를 떠받치고 있는 설정도 억지에 가깝습니다.

조금 살을 붙여서 줄거리를 논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윤균상과 김예원 연제욱 배그린, 이태환은 모두 산악자전거 동호회 회원인데, 다함께 김예원 아버지의 옛 별장으로 놀러가고 연제욱이 돌탑으로 된 결계를 망가뜨리자 산을 감싸던 이상한 기운이 이들을 엄습하게 되고 하나씩 악령 같은 것에 씌여 죽음을 맞이한다는 게 이 영상물의 주된 내용입니다.

반전이 하나 있는데, 알고보니 결계가 무너지면서 이들은 시간을 초월해 수십년 전 과거 속에 빠졌던 것이고, 사촌동생 김예원을 살리고 죽음을 택한 윤균상의 시체를, 수십년 전 실종됐던 김예원의 아버지가 수사를 맡는다는 것입니다.

반전조차 기시감이 들죠?

'정체 모를 악의 기운'이라고 해야할지, '우주의 무언가'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주인공들이 공포를 느끼는 대상을 연출하는 폼이 상당히 촌스러웠습니다.

대체로 짐승의 소리와 함께 붉은 기운이 다가오며 주인공들이 공포를 느끼는데, 연출방식이, 조금 얕잡아서 보면 멘데이트, 조금 후하게 쳐줘서 우뢰매나 벡터맨 정도 수준입니다.

아마 제 비유가 찰떡이라고 생각하는 분들 많을 겁니다.

심형래가 공포를 연출하면 이런식이 아닐까? 마지막에 아리랑 부르고 끝나면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ㅋㅋㅋ 농담~

인물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동기가 전부 명확하지가 않은 것도 큰 문제입니다.

개연성이 없는 행동을 하면서 관객을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배그린과 이태환이 몰래 섹스를 하는 장면을 연제욱이 카메라로 몰래 찍다가, 인근의 나무에서 사람의 손 모양과 비슷한 것을 발견하고는 18토막 시체가 발견됐다는 치악산 괴담에 대한 엄청난 신봉자가 되는 부분입니다.

애초에 연제욱은 이 치악산 괴담을 전혀 믿지 않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나뭇가지를 잘못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게 정상적인 사고의 흐름일텐데, 갑자기 엄청난 공포에 휩싸여 그날 밤 몰래 그 자리에 다시 가보는 것도 전혀 이해되지 않않습니다.

웃긴건 이랬던 연제욱이, 조금 뒤 배그린이 공포를 느끼자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쟤 미쳤다'는 식으로 말하는 겁니다.

연제욱의 이런 태도는 뒤에도 한번 더 바뀌는데, 결국 이렇게 되면 내가 느끼는 공포는 공포고, 남이 느끼는 공포는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이상한 각본 때문에 선량하게 그리려고 했던 캐릭터가 졸지에 사이코패스가 되고 만 겁니다.

이런 망작에 흔히 하는 립서비스가 있습니다.

'의도 또는 시도는 좋았다',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는데'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립서비스를 립서비스로 안듣고 진심으로 듣는 어리석은 사람들도 참 많죠.

시대의 망작, 아니 이제는 명작의 반열에 올려야 할까요? 정우성 감독의 '보호자'에서 분명 김남길의 연기는 이상했습니다. 

문어체 대사를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몰라 글을 읽는 수준의 연기를 보여줬는데, 방송사 연기대상을 2번이나 받은 명배우에 대한 예의로,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고 평론가들이 립서비스 한 것을 그대로 듣고 김남길이 엄청난 연기를 보여줬는데 왜 그러냐 김남길한테 질투하냐 이러는 분들도 참 많았습니다.

치악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곧 상영관이 없어지고 VOD로 만나야 할지도 모르는 이 영상물에 몇몇 평론가들은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무슨 연기를 어떻게 잘했는지 물어보면 그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될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영상물의 가장 큰 연기구멍은 김예원입니다.

김예원은 태어나 단 한 번도 공포영화를 본 적이 없거나, 앞으로도 찍을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 맥아리 없는 표정과 말투는 넋이 나가기 전이나 후 모두 같아서, 관객의 이해도를 떨어뜨리는 수준까지 가버립니다.

이 영상물의 이상한 점을 이야기 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습니다.

도저히 장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 영상물에 대한 제 별점은 2점입니다.

너무 후하게 준 것 같아 잠시 설명을 하자면, 영상 초반부 산악자전거 다운힐 장면은 이 영상물에서 그나마 볼만한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 1점을 주고, 아직 차박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혹시 몰라 1점을 더 얹어봤습니다. 

치악산으로 인한 내상 때문에 과연 차박을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유튜브 문화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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