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뉴스통신

뉴스홈 전체기사 정치 산업ㆍ경제 사회 국제
스포츠 전국 연예·문화 종교 인터뷰 TV

"피학살자의 뼈를 팔아먹을 순 없다"

  •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손주석 기자
  • 송고시간 2026-09-24 21:09
  • 뉴스홈 > 사회/사건/사고
6천만 원·과수원 유혹 뿌리친 95세 '의인'김하종
.(사진 =아시아뉴스통신 손주석기자) 지난 21일, 1949년 명계1리 바탕골 참상 현장을 참관한 뒤 그날의 끔찍했던 역사를 회고하고 있는 김하종 회장(오른쪽, 95세)과 김여헌 옹(왼쪽, 90세)


[아시아뉴스통신=손주석 기자] [특별기획] 세상의 등불 영원한 횃불 김하종 95세 (3부)
 "피학살자의 뼈를 팔아먹을 순 없다" 


본지는 지난 21일, 김하종 회장(95)과 김여헌 옹(90)을 모시고 1949년의 끔찍한 비극이 서려 있는 명계1리 바탕골 현장을 참관했다. 

백발이 성성한 두 노인은 피로 물들었던 그 시절의 땅을 밟으며 깊은 회고에 잠겼다. 77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참혹하게 쓰러져간 가족과 이웃들의 원통한 비명은 여전히 바탕골의 바람 속에 서려 있는 듯했다.

침묵을 강요당하던 피학살자 유족들이 분연히 일어선 것은 4.19 혁명으로 독재 정권이 무너진 직후인 1960년 가을이었다.


1960년 9월 5일, 경주시 노동리(경주경찰서 중앙파출소 2층)에 '경주지구 양민피학살자 유족회' 사무실이 개설되었다. 청년 김하종이 회장으로 추대되었고, 경주시와 월성군에 산재한 860여 명의 피학살자 유족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접수했다.

이어 1960년 11월 13일 오전 10시, 경주시 노동리 소재에서 마침내 '경주지구 양민피학살자 합동위령제'가 거행되었다. 무려 4,000여 명(경찰 추산 2,500명)의 유족과 군민들이 운집했다. 오랜 세월 숨죽여 울어야만 했던 4,000명의 통곡 소리가 마침내 세상 밖으로 터져 나오며 역사의 침묵을 깬 순간이었다.

하지만 진실을 덮으려는 가해자들의 저항도 교활했다. 그해 11월 2일, 이협우의 측근들과 구 민보단원들은 유족회 간판과 서류를 탈취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살인과 방화 혐의로 구속된 이협우를 빼내고 유족회를 와해시키기 위해 비열한 매수 공작도 서슴지 않았다.

그들은 김하종 회장의 내남초등학교 시절 담임이었던 류영태 선생을 앞세웠다. 옛 은사는 제자를 찾아와 "유족회장직을 그만두면 이협우에게 돈 6,000만 원을 받아주겠다"고 회유했다. 당시로선 상상조차 힘든 거액이었다. 심지어 며칠 뒤 다시 찾아와 "돈 6,000만 원이 적다면 포항 가는 방면에 있는 과수원도 등기해 주겠다"며 집요한 유혹을 던졌다.

은사는 "친척이 억울하게 살해당했으니 법과대학에 가서 군수나 시장이 되는 것이 신사적 복수"라며, 학살자의 돈으로 입신양명을 이루라는 부당한 설득을 이어갔다.

하지만 4,000명의 통곡을 등에 업은 김하종 회장의 신념은 거대한 금력(金力)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회유하려는 옛 스승을 향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일갈했다.

"제자인 제가 매수 공작에 넘어가면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꾸짖어야 할 입장에 계신 분이 선생님 아니십니까? 제가 매수되어 돈을 받게 되면 철천지한을 품고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피학살자의 뼈를 팔아먹는 처신을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사진 =아시아뉴스통신 손주석기자)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결연한 문구가 적힌 액자 앞에 선 김하종 회장 그는 천문학적인 매수 공작 앞에서도 피학살자들의 원혼을 팔 수 없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이는 억울한 죽음을 몇 푼의 돈과 맞바꿀 수 없다는 단호한 선언이자, 금력에 굴복해 진실을 덮으려는 썩은 시대를 향한 매서운 꾸짖음이었다.

결국 이협우는 거대한 권력을 등에 업고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세상의 등불이자 영원한 횃불인 김하종 95세 노(老)회장의 꼿꼿한 족적은 오늘날 우리에게 '진정한 의인(義人)'의 조건이 무엇인지 묵직하게 묻고 있다.

(사찰 대상자라는 악법의 핍박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평생을 2세 교육의 횃불로 헌신한 김하종 회장의 파란만장한 교육자 인생과 끝나지 않은 역사적 진실 규명이 제4부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