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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삼성전자, SK하이닉스) |
[아시아뉴스통신=강태진 기자] 중국의 인재 포섭 공세가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양산 핵심 인력’을 정조준하는 이른바 ‘천인계획 3.0’시대로 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중국 창신메모리(CXMT)로 이직한 국내 핵심 기술 인력들이 반도체 공장(Fab) 하나를 통째로 구축할 수 있는 ‘턴키(Turn-key)’ 형태로 넘어갔으나, 정작 중국은 기술 노하우만 흡수한 뒤 이들을 가차 없이 내치는 ‘토사구팽’ 행태를 보이고 있어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회의원(국민의힘)이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LinkedIn) 등을 통해 중국 CXMT 내 국내 반도체 핵심 인력 유출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의 고연차 핵심 기술 인력 최소 27명이 CXMT로 이직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앞서 최수진 의원실이 국정감사를 통해 연이어 단독 폭로한 1탄: 중국 ‘천인계획’의 KAIST 교수 149명 포섭 시도 정황, 2탄: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핵심 연구원 대량 포섭 시도의 연장선상이다. 학계와 연구계를 넘어 민간 대기업의 핵심 양산 인력까지 무방비로 털리고 있는 실체를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의원실 전수조사 결과, CXMT로 넘어간 27명의 인력은 단순 엔지니어가 아니었다. 이들의 국내 반도체 대기업(삼성·SK) 누적 근속 연수는 총 415.9년으로 1인당 평균 15.4년에 달하는 고연차 베테랑들이었으며, 20년 이상 양산을 지휘한 수석·임원급(PL) 6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유출의 형태다. 이들 27명은 회로설계(8명), 공정통합(7명), 단위공정·장비(4명), 수율·결함분석(4명), 어드밴스드 패키징(2명) 등 반도체 팹(Fab) 하나를 통째로 굴릴 수 있는 ‘턴키(Turn-key)’ 형태로 포진해 중국의 기술 격차 단축을 이끌었다. 최근에는 레거시 D램을 넘어 HBM 설계 및 TSV 첨단 패키징 전문 인력까지 집중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들의 중국 내 생존 기간은 매우 짧았다. 한국인 엔지니어 27명 중 무려 26명이 이미 퇴사(현재 재직 1명)했으며, 이들의 CXMT 내 평균 재직 기간은 단 2.9년에 불과했다. 장기 정착을 보장하기보다는, 공장 셋업과 공정 안정화 단계에서 한국의 핵심 노하우(암묵지)만 단기에 전수받은 뒤 가차 없이 계약을 종료해 버리는 전형적인 ‘토사구팽(기술 흡수용 단기 활용)’ 구조임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기술 유출 경로의 고도화다. 전수조사 대상 27명 중 과반이 넘는 15명(56%)은 국내 기업의 ‘전직 금지 약정(통상 1~2년)’을 피하기 위해 치밀한 ‘우회 이직’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퇴사 직후 제3국 외국계 기업, 소재·장비 협력사, 심지어 국내외 대학의 ‘연구교수’로 적을 두며 징검다리를 거친 뒤 CXMT로 합류하는 등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갔다.
여기에 CXMT에서 2~3년 만에 퇴출당한 핵심 인력들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대신, 화웨이 홍콩연구소, SMIC, 하이실리콘, 청두가오전 등 중국 내 다른 메모리·파운드리 기업으로 재이동(7명)하는 심각한 ‘연쇄 기술 유출’ 생태계까지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의 핵심 기술과 노하우가 중국 전역으로 2차, 3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인재 포섭은 글로벌 플랫폼을 악용해 매우 은밀하고 파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의원실이 입수한 중국 헤드헌터들의 링크드인(LinkedIn) 접근 메시지(DM)에 따르면, 이들은 “고객사인 CXMT에서 HBM 본딩 기술을 가진 시니어급(전문가~디렉터급 이상)을 찾고 있다”며 국내 핵심 기술 인력을 정확히 타기팅했다.
이 과정에서 헤드헌터들은 “현재 연봉의 60%에서 2배를 인상해주고 3~5년을 보장한다. 매달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자녀 교육금도 지원하겠다”며 파격적인 보상을 약속했다. 이는 과거 ‘천인계획’의 진화된 변종인 ‘치밍(Qiming) 프로그램’ 등 중국 국가 차원의 자본을 배경으로 한다. 중국 정부는 최대 1억 위안(약 202억 원)의 프로젝트 지원금과 100만 위안(약 2억 원)의 계약완료금 등 막대한 국부를 동원해 우리 인재를 유혹하고 있다.
이러한 전방위적 인재 포집의 결과, CXMT는 무서운 속도로 대한민국 반도체의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CXMT 투자설명서 등에 따르면, CXMT의 연구개발 인력은 2022년 말 2,606명에서 올해(2026년) 6월 말 7,491명으로 불과 3년 반 만에 2.9배(187.5% 증가)나 폭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국내 R&D 인력 증가율(12.7%)을 압도하는 수치로, CXMT가 공개한 핵심기술인력 5명 중 3명 역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출신으로 명시되어 있다.
상황이 이토록 심각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참담한 수준이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의 군민융합 전략을 경계하며 2025년부터 CXMT를 ‘안보 위협 기업(Section 1260H)’ 목록에 올려 집중 제재하고 있다.
반면, 핵심 인력을 뺏기고 있는 당사국인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외 기업의 합법적인 인력 채용·헤드헌팅에 대해서는 단속 또는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어, 별도 조사 및 단속 사항이 없다”며 무기력한 서면 답변을 내놓았다. 산업부 소관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예산은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하지만, 정작 국가가 키워놓은 핵심 인력의 유출을 막는 ‘유출 방지 사업 예산’은 단 0원에 불과했다.
최수진 의원은 “반도체는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 경쟁력의 핵심인 전략산업인데, 중국의 인재 확보가 대학과 연구기관을 넘어 이제 우리 반도체 핵심 인력까지 정조준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최 의원은 “반도체 기술은 설계도뿐 아니라 20년, 30년 동안 축적한 사람의 경험과 노하우 그 자체”라며, “미국은 국방부가 직접 나서서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데, 우리 정부는 우회 이직과 연쇄 유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방관하고 있다. 핵심 인력이 어느 경쟁기업으로 이동하는지 정부가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며, 동시에 인재가 국내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보상과 재취업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